[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올 한 해 영화계는 천만 영화만 다섯 편이 나올 정도로 기대작들이 개봉과 동시에 흥행을 거뒀다. 상반기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기생충’,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 등이 뜨겁게 사랑받았다. 가요계가 버닝썬 사태로 어지럽고, 방송가가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이슈로 논란이 된 데 반해 영화계는 비교적 좋은 소식으로 가득했다. 올 한 해 눈에 띄었던 영화계의 흐름을 숫자로 짚어봤다.

■ 1000만 영화 5편

상반기 극장은 어느 해보다 활개를 쳤다. 먼저 지난 1월 개봉한 생계형 코미디 ‘극한직업’이 예상 밖의 흥행을 거뒀다. 개봉 첫 날 36만 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입소문과 설 연휴가 겹쳐 빠른 속도로 관객을 확보했다. 최종 관객수는 1626만5618명에 달했다. 총 제작비 95억 원을 투입, 약 1400억 원의 흥행 수익을 냈다. 제작비 대비 1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4월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11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또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개봉주 최다 관객수,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를 동원, 종전 기록들을 모두 경신했다. 총 관객 수는 1393만4592명이다.

‘알라딘’은 입소문 효과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개봉 6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개봉 7주차 박스오피스 2위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개봉 53일 만에 천만 고지를 넘었고 총 1255만2213명을 동원했다.

‘알라딘’보다 7일 뒤 개봉한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가 됐다. 개봉 5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 총 1008만465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달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전작 ‘겨울왕국1’의 시리즈를 경신한 흥행을 보였다. 개봉 17일 만에 1000만 영화에 안착했으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2710명)를 뛰어넘고 역대 외화 흥행 4위로 올라섰다. 현재까지(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233만5255명이다.

특히 ‘극한직업’과 ‘기생충’을 제외하고 3편의 작품은 모두 디즈니 또는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의 작품들이다. ‘극한직업’과 ‘기생충’은 모두 CJ엔터테인먼트의 작품. CJ와 디즈니가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어김없이 양극화 문제, 독과점 논란을 제기되기도 했다.

■ ‘기생충’ 신기록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화제와 수익을 거둔 작품이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평단뿐 아니라 대중성을 잡는데도 성공해 국내에서도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북미 개봉 후에는 2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올해 북미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자랑했다. 또 ‘아가씨’의 기록을 깨고 무려 192개국에 판매됐다.

이미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낭보를 전해온 '기생충'은 내년 1월 5일 개최될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며 수상 결과가 이후 2월 열리는 아카데미상(오스카)에 영향을 미친다.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에 노미네이트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벌새’ 25관왕

독립영화 ‘벌새’는 국내를 넘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무려 25관왕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 이스탄불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 그랑프리상 등을 수상했다. 또 제 4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에서 박지후는 신인배우상을 수상하고, 김보라 감독은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신인예술인상을 거머쥐었다.

‘벌새’는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박지후)가 한문 선생님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당시 시대의 모습을 한 중학생의 눈을 통해 비추며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지난 8월 24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4만 명을 돌파하며 독립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개봉작 5편 마동석

배우 마동석의 ‘열일’ 행보가 더욱 눈에 띈 한 해였다. 지난 해에 이어 개봉작 5편을 선보이게 된 마동석은 5월 개봉한 ‘악인전’을 시작으로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시동’ ‘백두산’으로 관객을 찾았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특별출연까지 합하면 총 5편의 작품에 출연한 것. 독보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동석은 최근 개봉작 ‘시동’에서 웃음을 자극하는 코미디 연기를 소화했다. 또 ‘백두산’에서는 지질학자로 출연해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지적인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 관록의 여배우 TOP3

올 한 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가운데 관록의 여배우들이 스크린 복귀작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나문희, 김희애, 이영애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나문희는 지난 4일 개봉한 ‘감쪽같은 그녀’로 관객을 찾았다. 극 중 독거노인 말순으로 분해 치매 캐릭터를 소화하며 ‘아이 캔 스피크’(2017)에 버금가는 연기를 펼쳤다. 비록 흥행 성적은 저조하나 나문희 특유의 연민을 자아내는 연기가 관객을 울렸다는 평가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나를 찾아줘’로 관객을 찾았다. 지난 달 27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최근 SNS를 개설한 이영애는 다양한 포맷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희애는 퀴어 멜로인 ‘윤희에게’(11월 14일 개봉)를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자아냈다. 엄마의 첫사랑을 찾는 이야기에서 김희애는 윤희 역을 맡아 동성을 사랑하는 감성 연기를 펼쳤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 없이 오로지 감정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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