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법률서비스(Legal AI), 법조인 ‘대체’ 아닌 ‘공생’
인공지능 법률서비스(Legal AI), 법조인 ‘대체’ 아닌 ‘공생’
  • 이승훈 기자
  • 승인 2019.12.20 16:29
  • 수정 2019-12-20 16:29
  • 댓글 0

전문가 "인간 존엄성 우선해야" 주장펼쳐.... AI 발전위한 더 유능한 법조인 요구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AI와 법 그리고 인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승훈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대강당에서  ‘AI와 법 그리고 인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승훈 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함께 재판을 받는 상대편이 엄청난 부자이거나 권력층이라면 공정한 판결을 받기 위해 인공지능(AI) 판사를 선택할 것 같아요” “내가 피고인이라면 인간 판사를 선택하겠다”며 “나의 상황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판결을 내릴 것 같다” 이 내용은 ‘AI 컴퓨터 재판 도입을 청원 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내용이다.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인공지능의 발전이 법률분야에 점차 도입되고 있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리걸 인공지능(Legal AI)의 등장 이유와 발전 방향이 사법부의 불신이나 개혁을 위해서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인공지능 판사가 법조인을 능가해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 역시, 그것(리걸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인문학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연관될 법적·윤리적 이슈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소송이나 자문과 같이 고도의 종합판단이 개입되는 법률분야에서 인공지능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법조인이 역할이 무엇이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AI와 법 그리고 인간’ 심포지엄에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법학자, 인문학자, 공학자, 법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세미나는 사회와 제도의 측면에서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한편 반대로 기술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사법시스템에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김중권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상 AI는 사람 전문가처럼 도움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어떤 전문가시스템도 감정이입능력과 감성적 지능을 통해 투입과 산출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을 뛰어 넘을 수 없다”며 “전문가 시스템의 인풋과 아웃풋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항상 필요로 하며, 정보지식을 구비한 더 유능한 법조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교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변호사. /이승훈 기자
정교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변호사. /이승훈 기자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더욱 요구되어 지는 것은 유능한 법조인의 능력·덕목과 함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이라는 얘기다. 법률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발전시키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할수 있다.

지난 2017년 8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의 시 법원에서 판결선고까지의 피고인의 구금일자를 정하는데 있어서 AI(리스크평가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 결정에 유용한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피고인의 인종, 성별 및 외모에 강한 영향을 받는 편견을 줄인다.

중국의 경우 북경 제 1인민 중급법원에는 效法(Xiaofa)라는 법적 자문 로봇이 설치되어 있다. 4만건 이상의 소송상의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으며, 3만 건의 법적 쟁점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법원도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차세대전자소송에서 축적된 기존 전자소송 문서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법률 인공지능은 방대한 법령과 판례 데이터를 단시간에 학습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해 법률 서비스의 생산성을 고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 고비용 구조로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에까지 법률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국민들은 누구나 법률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번 포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AI로 인한 법조직업의 종말 문제가 아닌 이를 잘 활용해 인간의 삶에 관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는 사법적 작용을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연세가 지긋한 법조인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 인간의 행복과 만족도, 평화적 가치 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인간적 합리성과 자유의지를 남용하지 않는 선에서 (인공지능으로 발전 되는)법이 잘 접근 하고 있는가”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진심 속에 인공지능으로부터 우리 삶이 소외되지 않을지, 혹은 더 불행한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AI와 법, 그리고 인간’이라는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처럼 이날 참석한 많은 연사들은 논의의 주체에 ‘인간’을 잊지 않았다. “AI Judge(인공지능 판사)가 사람의 고용, 희생, 자유 등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부, 기술자 등 각계분야가 대화를 나누고 배우는 등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 로펌 공식 얼라이언스 변호사. /이승훈 기자
이지은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 로펌 공식 얼라이언스 변호사. /이승훈 기자

이지은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 로펌 공식 얼라이언스 변호사는 “(AI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공정성, 투명성 등을 대중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하며, (대중들이) 기본권을 지속적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접근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에 제한적인 법인격을 부여하는 '전자인 제도(E-Person)'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의 의사표시의 귀속이나 민사책임은 현행법에서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회색지대에 속하고 그에 따라 현저한 법적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며 "전자인 제도를 통해 인공지능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대리, 이행보조자, 사용자책임 법리에 따라 그 운용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인공지능과 운용자 또는 제3자 사이의 법적 책임관계가 분명해져 인공지능 분야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리지언 옥스퍼드 딥 테크 분쟁 해결 연구소 연구원이 증거 분석·자동 기록 등을 통해 판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중국의 '206 프로그램', 교통사고 사건을 위한 싱가포르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범죄자 위험을 평가하는 미국 '컴퍼스' 프로그램 등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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