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일관계 영향 미치며 불매운동으로 일본산 제품은 타격
노 재팬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지 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비롯해 국내 소재산업에 대한 강화 노력이 지속되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일본의 피해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 7~10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은 1조6433억엔(한화 약 17조56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0%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94억8000만달러(한화 약 11조1100억원)로 7.0% 감소하는데 그쳤다.

양국 상호 수출이 모두 줄었지만 일본의 수출 감소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후 한국의 2배에 달하는 수출 감소율을 기록하며, 자국에 피해를 준 자충수가 된 셈이다. 한국은 일본의 3위 수출국으로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4일 한국에 수출하는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또한 다음 달 28일에는 수출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3개 품목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꼽히면서 일본의 수출 압박으로 국내 경제가 흔들릴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등으로 대응했다.

특히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해당 기업들은 재고 부품을 아끼면서 일본 외에 소재 부품의 공급라인을 확보를 위해 각 기업 오너나 사장단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등 몇 차례 사단이 일기도 했다.

규제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90% 이상이 일본산이고,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도 40%가 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은 조금씩은 이뤄지고 있다. 규제 한 달 만인 8월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중 기체인 에칭가스를 일부 수출허가를 내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수출제한 조치 시행 거의 석 달이 지난 9월 말 수출허가 승인이 났고, 액체 불화수소인 불산액은 WTO 2차 양자협의 직전인 지난달 중순 허가를 내줬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덕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취약점을 인지하고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수입처 다변화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국산화율을 높이는 기회로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예산, 세제, 금융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어려움을 풀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또 관련 부처 간 및 민관 협력방안을 조율하는 전담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에 LG디스플레이은 앞서 10월 국내 디스플레이·패널 공장에서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에 성공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국산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하고 일본 제품을 부분적으로 교체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 확보를 위해 일본 외에 영국, 독일 등 다른 국가를 활용하는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양산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촉발되기도 했다. 아사히 맥주는 올해 1분기 수입 맥주 시장 1위였지만 7월부터 수요가 급감하면서 편의점에서는 발주를 중단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9월 신용카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9% 감소한 91억원으로 떨어졌다.

한편 한일 양국은 최근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의 장관급 회담을 오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로 최종 합의했는데, 일본이 수출규제에 대한 철회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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