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본관 농성을 벌이던 이화여대 학생들이 과잉진압을 당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이대 학생 400여명은 28일부터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회의장에 억류중이었다.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위한 평의회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30일 경찰 병력 1,000여명이 학내에 진입하면서 문제가 일어났다. 일부 학생들이 진압당하는 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한 것이다.

경찰은 학교측 요청으로 농성중인 학생들을 끌어내고 억류됐던 인원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 이후 공권력이 학내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처럼 여겨져왔다. 경찰이 주요 인사 경호를 위해 학교에 들어온 적은 있었지만 실제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학생들은 학교와 맞붙기 시작한 이유를 학교의 불통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교가 중요한 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학생들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학생들은 이전에도 프라임/코어 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등을 둘러싸고도 학교측과 싸움을 벌여왔다.

또 다른 이유는 학교측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다. 몇년 전까지도 적립금 8,000억원 수준이었던 학교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본 것이다.

학생들은 이 근거로 2015년 부총장이 학교 공금을 횡령해 개인용 명품 가방을 샀다는 의혹을 소개했다.

특히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이 이화여자대학교를 ‘학위판매처’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미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여성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이 이미 있고 전공도 신설될 대학과 같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시위를 하는 자신들에 대해 정치적 개입을 의심하며 무시했다는 데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학생은 평의원 모 교수가 “학생이 주인이라고? 4년 있다가 졸업하는데?”라는 발언을 녹음해 SNS에 전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런 학생들의 주장을 “오해”라며 “이번 사업은 고졸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 외에도 항의표시로 학내에 설치된 김활란 동상에 페인트 칠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김활란 동상은 학교측을 의미하는 일종의 상징이다. 오래 전부터 학생들은 학교측에 대표적인 친일파로 거론되는 김활란을 기념하는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를 계속 거부했고 이후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상징물로 이용돼왔다.

이번에 학생들이 김활란 동상에 페인트를 뿌린 것은 사실상 가장 강한 수준의 대응이다. 종전에 학생들은 포스트잇으로 동상을 가리는 정도로만 움직였었다. 이번에도 학생들은 당초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는 수준의 행동만 있었지만 학교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자 수위를 높였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총장과의 대화, 학교측의 ‘밀실행정’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의 요구조건을 걸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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