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르노삼성.한국지엠, 벼랑끝 대치 vs 쌍용차, 쇄신 통한 공존
정만기 회장 "노사간 임단협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해야" 주장 펼쳐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얼어붙은 노사 관계로 자동차 업계가 추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위기 속 고통 분담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가 하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벼랑끝 대치로 갈등이라는 상반된 노사관계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두 차례 파업 벼랑 끝 르노삼성, 임시휴업 돌입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두 번째 파업에 들어섰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올해 6월까지 파업을 벌인 뒤 타결하면서 노사 간 상생선언문까지 발표했지만, 다시금 갈등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특히 창사 20주년을 맞는 내년을 앞두고 르노삼성자동차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20일 오후 5시 15분부터 8차 본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안을 놓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자 2시간여 만에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900만 원 일시금 지급과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 등으로 통상임금 기본급에 20% 인상안을 포함시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노조는 협상 결렬 이후 이날 오후 7시 45분 야간 근무조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정상 근무일인 월요일 이후에도 주야간 6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의 파업 결정에도 현 노조 집행부의 강성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쉬지 않고 가동할 계획이다. 회사는 21일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올 11월까지 내수와 수출 시장을 합해 16만1733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7% 감소한 판매 실적이다. 특히 올해 11월까지 르노삼성차 생산량은 15만여 대로 LPG형 QM6가 인기를 끌면서 내수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수출 물량이 쪼그라들면서 연간 생산량이 지난해 21만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만대의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하면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채웠지만, 올해는 로그 생산량이 6만대로 줄었고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내년 이후 물량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앞날을 내다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를 국내 출시하고, 하반기부터 수출할 계획으로 유럽 수출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파업과 수출용 신차 배정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수출용 XM3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성공과 경쟁력 있는 가격, 부산공장의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노사 간 대승적인 결단과 협력을 통해 공장 생산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GM 역시 먹구름이 낀 연말을 보내고 있다. 노조가 사측의 한시적 2교대 체제 제안을 거부하면서 창원공장이 다음주부터 후반 근무조를 대상으로 임시휴업에 돌입한다.

22일 한국지엠(GM)에 따르면 창원공장은 지난 19일 노동조합이 한시적 2교대 체제를 거부하면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후반조에 한해 임시휴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제안한 한시적 2교대는 기존 주야간 나뉘어있던 전반조와 후반조를 통합해 1주는 주간을, 1주는 야간을 번갈아 근무하는 체제다.

노동조합에서 1교대 전환을 반대하자 주야간 2교대 근무 체계는 남겨둔 채 조를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GM 창원공장 정규지회는 "노사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가 요청한 한시적 2교대 체제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르노삼성자동차 QM6 생산 모습/사진=연합뉴스

고통분담으로 공생 택한 쌍용차...1000억원 절감

한편 쌍용자동차 노사는 위기 속 손을 맞잡았다. 쌍용차는 지난 19일 노사 상생방안을 위한 절차에 들어섰다.

쌍용차는 그간 판매감소 등으로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자 쌍용차 노사는 미래 대비를 위해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자 지난 9월 복지 중단 및 축소 등 경영쇄신을 위한 선제적인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3116억 원이다.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쇄신은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년차 지급율 변경 (150%→100%) 등을 담고 있다. 올해 노사가 경영 쇄신 방안 마련으로 두 차례 맘을 모은 덕에 쌍용차는 내년부터 인건비가 약 1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쌍용차는 "이번 추가 경영쇄신 방안은 대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비하여 강건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고용안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제적인 경영쇄신 노력에 노사가 함께하며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미래 대비를 위한 하나의 공유된 방향성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체 경영쇄신 노력과 병행해 부족한 재원(자금, 연구인력,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방안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활용한 플랫폼 공유 및 신차 공동개발 추진, 공동 소싱 추진 등 다양한 시너지 극대화 작업을 통해 투자 리스크 최소화는 물론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노조는 20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마힌드라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2300억 원을 직접 투자 하는 등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힌드라-쌍용차-포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포드가 내년 초 쌍용차 2500대가량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쌍용자동차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한 선제적인 쇄신방안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공고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모델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의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 노사협상 기간의 조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19일 제7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에 참가해 '국내 자동차 산업 평가 및 전망'을 발표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 회장은 “노사협상을 매년 할 것이 아니라 독일업체(2~3년), GM(4년), 르노(3년) 등 해외 선진업체처럼 3~4년 단위로 해 노사의 열정과 에너지를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쏟게 하는 것이 우리 차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변동에 대응해 비정규직 제도를 활성화하고 하도급 대체인력 투입도 합법화와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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