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시동’ ‘백두산’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공통점은 바로 두 명의 남성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각기 장르와 소재는 다르지만 남성 캐릭터들의 호흡을 담으며 관객의 공감을 꾀한다. 12월 극장가 대전의 트렌드는 브로맨스다.

■ ‘시동’ ‘백두산’, 휴먼드라마와 재난극 속 브로맨스

‘시동’과 ‘백두산’은 각각 휴먼드라마와 재난액션극을 소재로 한 영화다. ‘백두산’보다 하루 앞선 지난 18일 개봉한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인 택일이 거석을 만나며 변하게 되는 모습을 담은 과정이 흥미롭다. 택일과 거석의 상반된 매력이 돋보이는 ‘케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언제나 매를 벌지만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택일과 험악한 인상과 달리 귀여운 면모를 지닌 거석의 모습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택일과 상필의 아웅다웅한 모습 역시 유쾌하다. 고등학교 친구인 두 사람은 반항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말투와 행동은 다르다.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마치 진짜 친구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어두운 이미지와 상반되는 캐릭터로 변신하며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정해인 역시 자신에게 고착화된 멜로 이미지와 상반되는 연기로 신선함을 자아냈다.

‘백두산’은 남북 요원들의 티키타카(사람들 사이에 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 호흡으로 재미를 준다. 영화는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순 제작비만 26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백두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구현하며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백두산 폭발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리준평(이병헌)과 조인창(하정우)의 호흡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병헌이 북한요원으로, 조인창이 남한요원으로 분해 화산폭발이라는 어두운 소재에 코미디와 휴머니즘을 덧입힌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리준평과 실전 경험은 별로 없는 허당기 있는 조인창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티격태격한 케미를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애드리브가 넘쳐 흐르는 두 사람의 팽팽한 연기 호흡을 보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아이아빠라는 공통점으로 더욱 가까워지게 되는 두 사람의 부성애가 진한 감동을 준다.

■ ‘천문: 하늘에 묻는다’, 브로맨스 넘어선 끈끈함

오는 26일 개봉하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최민식과 한석규의 뜨거운 브로맨스가 담겼다. 영화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최민식과 한석규가 ‘쉬리’(1999) 이후 20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실제로도 대학교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영화에서도 변함없는 끈끈한 호흡을 보여준다.

‘뿌리깊은 나무’(2011)에 이어 또 한 번 세종으로 분한 한석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세종의 모습을 표현한다. 최민식 역시 ‘천재’ 장영실을 농익은 연기로 소화한다.

그 동안 세종을 다룬 작품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장영실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 두 사람의 진한 우정은 마치 한 편의 멜로물을 보는 듯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 다양한 작품에서 남녀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끈끈한 눈빛과 애절함은 최민식과 한석규의 완벽한 연기로 표현된다. 우정을 넘어선 특별한 관계로 그려지며 감동을 선사한다.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 없이 오롯이 캐릭터로 분한 두 사람의 열연이 고스란히 화면으로 전달된다. 최민식은 “한석규와는 대학시절부터 작품을 많이 했다”며 “그런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열 마디 해야 할 걸 두 세 마디만 말해도 서로 소통이 됐다”며 만족해했다.

브로맨스를 담은 세 편의 영화가 관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렇다할 여성 캐릭터가 두각이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세 편의 작품에 모두 여성 캐릭터가 있으나 존재감이 미미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캐릭터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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