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판매 급감해 시장 퇴출 위기… GV80, 모하비 등 대형SUV 출시에 저조현상 뚜렷
현대차 i30. 사진=현대차

[한스경제=조윤성 기자]‘엑센트’, ‘프라이드’ 올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차량들이다. 대륙별·국가별 시장 친화적인 차량모델들을 선보이다 보니 경쟁력을 상실하고 단종된 모델을 자주 목격한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다. 해외시장에서는 잘 판매되던 모델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서는 맥을 못 추고 판매가 급감하는 등의 사례도 많다.

글로벌 완성차업계 사이에서 각 대륙별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현대·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진 듯하다. 시장논리로 볼 때 팔리지 않는 차량은 시장에서 퇴출되기 일쑤다.

경쟁력을 가진 차량을 한 대라도 더 생산해 시장에 내놓는 게 완성차업체에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조립라인에서도 한 대라도 더 판매되는 차량을 생산해야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런 고민에 경쟁력 없는 차량은 국내에서 사라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이미 단종이 결정된 차량도 있지만 판매량이 저조해 단종을 염려해야 하는 차량들도 있다. 판매중단을 걱정해야 하는 차량은 대부분 판매실적이 좋은 모델과 신차 모델 중간에 끼인 차량이라 할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이런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것 같다. 어떤 차량은 판매가 잘 되고 있는데 어떤 차량은 판매량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시장이 양분되다 보니 대형 세단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소형SUV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이를 제외한 차량들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로 볼때는 전년대비 판매가 급감한 차량은 단종을 앞둔 엑센트를 제외하고 승용차 중에서는 벨로스터, 아이오닉, i30 등이다. SUV 중에서는 코나, 투싼, 싼타페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한 차량들이다.

기아차 스토닉. 사진=기아차

승용차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판매가 급감한 차량은 아이써티(i30)를 손꼽을 수 있다. 아이써티는 유럽시장 공략모델로 현대차가 내세운 해치백이다. 국내시장에서 해치백이 저조한 만큼 아이써티도 판매가 저조한 상태다. 아이써티는 지난달 판매가 전년대비 무려 71.8%가 급감한 85대에 그쳤다. 앞서 2018년에는 누적으로 2930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2000대 판매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월 판매가 1000대 미만으로 단종이 된다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해치백에 3도어 차량으로 BMW의 미니(MINI)를 공략하기 위해 선보였던 벨로스터도 지속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3656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200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다만 현대차가 고성능브랜드로 내세운 'N'의 기본인 차량이어서 실제 단종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친환경 라인업으로 토요타 프리우스를 공략하기 위한 모델인 아이오닉도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해 8582대를 판매한 아이오닉은 지난 11월까지 5493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36%의 급락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SUV중에서는 소형SUV인 코나와 준중형SUV인 투싼, 중형SUV 싼타페 등의 11월 판매가 각각 33.1%와 23.4%, 22.2% 등으로 급락했다. 누적판매로도 각각 15.2%와 12.2%, 19%로 급감하면서 이달에 만회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SUV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SUV인 팰리세이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다른 차종의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SUV의 판매저조는 연말로 예상됐던 제네시스 GV80의 출시로 대기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V80의 출시기대감에 실제 G80의 판매가 작년 11월 대비 무려 58%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3만4000대 규모를 판매한 G80은 올해 2300여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판매차량 중에서는 SUV차량인 스토닉과 스포티지의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닉은 지난해 1만5146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7810대 판매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판매실적 하락이다. 월간 판매실적에서도 스토닉은 작년 같은 달 대비 68.6%나 급감했다.

기아차 스팅어. 사진=기아차

스포티지도 앞서 현대차 투싼과 마찬가지로 준중형SUV시장의 몰락으로 판매가 저조했다. 지난해 3만4438대를 판매한 스포티지는 지난달까지 2만6083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11월 판매는 작년대비 24.3% 하락한 2564대에 그쳤다.

이는 상위 모델인 대형SUV 모하비의 신형모델 9월 출시와 비슷한 라인업인 셀토스가 지난 7월부터 판매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내년 신형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중형SUV 쏘렌토도 판매가 저조하다. 쏘렌토는 전년대비 23.9% 하락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불황에서의 효자'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경차 모닝의 성적이 저조했다. 모닝은 작년 5만4404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11월까지는 누적으로 4만6018대 판매에 그쳤다. 전년대비 15.4% 하락한 실적이다.

주목할 점은 기아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스포츠 콘셉트세단인 스팅어의 저조한 실적이다. 스팅어는 작년에 5319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11월까지는 누적으로 3439대를 판매해 35.3% 급감한 실적을 나타냈다. 작년 11월 대비로도 45.4%가 급감한 200대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차에서는 후속모델이 나오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토닉과 스팅어가 단종이 예상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시장에 평가는 판매실적이 대변해준다. 아무리 시장공략을 위한 야심작이라고 할지라도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되면 생산라인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통해서만 단종이 예상되는 차량을 살펴봤지만 내년에는 이들 차량들이 효자로 급부상할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판매실적이 곧 소비자의 선택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과 중고차의 가격으로 산정된다는 사실이다.

조윤성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