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미담(味談)] 긴 항해에도 맛을 유지한 포트 와인의 비결
[이길상의 미담(味談)] 긴 항해에도 맛을 유지한 포트 와인의 비결
  • 이길상 기자
  • 승인 2019.12.24 09:40
  • 수정 2019-12-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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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 마다 와인을 즐기는 영국인들은 중세 프랑스에서 와인을 많이 수입했다. 하지만 14세기 프랑스와 백년전쟁으로 와인 수입이 중단됐고, 이 때 대안으로 찾은 와인이 포르투갈 와인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포르투갈 와인은 배를 타고 영국으로 오는 동안 긴 항해 시간 때문에 상하기 일쑤였다. 이에 포르투갈 상인은 와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첨가했다. 와인은 병 속에서 발효가 되는데 알코올이 센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는다. 발효를 돕는 효모가 죽어 발효도 멈추자 잔류 당이 와인에 달콤한 맛을 남겼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주정 강화 와인 ‘포트’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트는 1703년 영국과 포르투갈 간 ‘메이덴 조약’이 맺어지면서 전성기를 누린다. 메이덴 조약에 따라 포르투갈이 영국의 직물을 수입하면, 영국은 포르투갈 와인을 수입할 때 프랑스 와인보다 관세를 적게 부과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포트는 영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포트라는 이름은 당시 영국으로 갈 와인을 선적하던 포르투갈 제2항구 오포르토(Oporto)에서 비롯됐다. 영국 양모업자들이 오포르토에 양모를 내려놓고 대신 포트를 실었다.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트 생산자 ‘테일러스’(Taylor's) 와인 병에는 숫자 ‘4’ 아래 ‘XX'가 적혀 있다. 이는 당시 양모를 뜻하는 표시다.

포르투갈 북부 지방 도우루(Douro)에서 생산되는 포트는 식전주나 디저트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시가와 함께 하면 맛이 배가 된다는 점이다.

포트를 한잔 마시고 나서 시가를 입에 물면 포트의 향과 시가의 향이 절묘하게 조화된다. 포트 애호가 중에는 시가 마니아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트는 루비 포트와 토니 포트로 나뉜다. 루비 포트는 레드 품종으로 만들었고, 토니 포트는 화이트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다. 색으로 두 와인을 구분할 수 있다. 루비 컬러로 짙은 색깔을 띈 게 루비 포트고, 황갈색을 띈 와인이 토니 포트다.

포트는 또 빈티지 포트와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로 구분된다.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2년 간 발효한 후 병에서 10년 이상 숙성시키는 와인으로 병입 후 마시려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진다. 반면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4~6년 정도 숙성 후 병입해 별도의 병 숙성 없이 마실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포트 와인 '다우'/나라셀라 제공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포트 와인 '다우'/나라셀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