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은행 노조, 정부발 낙하산 인사 강력저지 표명
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선임 위한 공모절차 돌입...내년 초 임추위 예정
IBK기업은행(왼쪽)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각사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IBK기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등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금융권 내 관심이 집증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은행과 예탁결제원 모두 청와대의 결정만이 남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로 만료되는 만큼 차기 인사가 곧 결정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이미 지난 22일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예탁결제원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 공모에 나섰다.

다만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내부 인사검증을 마치고 최종 결정만을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은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행장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청와대가 선택한 인사가 차기 행장이 되는 셈이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반 전 수석은 1956년생으로, 덕수상업고등학교와 국제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행정고시 21기로 공직에 입문, 재정경제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냈다. 현 정부에선 초대 일자리수석을 맡아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보다 행시 6기수 선배다.

금융권 경력이 거의 전무한 만큼, 차기 기업은행장으론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노조 측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함량미달의 낙하산 행장 임명을 반대한다”며 "낙하산, 보은인사로 공공기관장이 임명되는 것이야 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분노하던 인사적폐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다면, 오는 27일 광화문에서 1만여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27일 김도진 행장의 임기만료일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 9일 청와대 앞 1위 시위를 시작으로, 지난 18일엔 기업은행 을지로본점 앞에서 노조원 100명이 참가하는 낙하산 인사 반대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성명을 통해 "부적격 낙하산 기업은행장 임명 시도 중단하라"면서 "명분 없는 낙하산 임명부터 막는 것이 진정한 금융 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정부 관료 출신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면서 "후보군 모두 금융과 은행 전문성, 경영 능력, 인성과 리더십 면에서 모두 함량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국가 중소기업 지원 목적의 국책 금융기관이지만, 다른 시중은행들과 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시중은행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은행업에 대해 깊은 이해도와 명확한 비전을 가진 인물이 기업은행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김도진 행장을 비롯해 3기 연속으로 내부 출신 은행장을 배출, 사상 최고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동시에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정책금융 역할에도 충실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낙하산 행장을 막겠다는 노조의 의지는 강력하다. 지난 23일 새로운 금융노조 위원장에 선출된 박홍배 당선인 역시 "기업은행 지부의 낙하산 저지 투쟁 등 현안을 챙기며 금융노조 혁신을 위한 특위를 구성해서 밑그림을 그려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업은행 차기 행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기류를 읽은 정부 일각에선 기업은행 내부 후보에 대한 언급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과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등도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반면 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는 상대적으로 자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24일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후보자 지원을 받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기업경영과 예탁결제원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공공법인이나 증권 및 금융관련 업계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충분하거나, 탁월한 근무실적이 있는 인사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은 내년 1월 3일까지 후보자 지원을 마감하고, 이후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정부 및 국내외 증권, 금융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능력과 업무수행을 위한 지식과 경험, 비전제시와 리더십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심사할 예정"이라며 "후보접수가 마무리되는대로 임추위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탁결제원은 1974년 설립 이래 한번도 내부 인사가 사장직에 오른 사례가 없다. 대다수 인사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료출신이었다.

업계에선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유력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구조개선과, 기획재정담당관, 은행과, 금융현장지원단장 등을 두루 거치며 금융위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직을 맡았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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