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에리야 쭈타누깐(오른쪽)/사진=와이드앵글, LPGA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한국여자골프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획득 전망에 ‘빨간등’이 켜졌다.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쭈타누깐은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근교 워번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 마퀴즈 코스(파72ㆍ6,74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한국의 이미림과 미국의 모 마틴(이상 13언더파 275타)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쭈타누깐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와 함께 LPGA 최강 자리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둘은 모두 시즌 4승(1위)을 기록 중이다. 쭈타누깐은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에 이은 세계랭킹 2위로 도약했다. 4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리며 한국여자골프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를 밀어냈다.

리디아 고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한국여자골프는 이제 쭈타누깐까지 경계 대상 최우선 순위에 올려놔야 하는 처지다. 이번 한국여자골프 대표팀은 사실 최정예 부대가 아니다. 박인비와 김세영(23ㆍ미래에셋), 양희영(27ㆍPNS),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등 이름값만으론 호화 군단이지만 실질적인 전력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박인비부터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박인비는 지난 4월 손가락 부상을 당한 후 4개월간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4월부터 출전한 4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공동 68위(롯데 챔피언십), 기권 2회(킹스밀 챔피언십ㆍ볼빅 챔피언십), 컷탈락 1회(KPMG 위민스 챔피언십)다.

김세영도 6월 마이어 클래식 우승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타고 있다.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선 컷탈락했고,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공동 26위)과 브리티시여자오픈(공동 50위)에선 중위권에 그쳤다. 전인지 역시 최근 두 달간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시즌 첫 4개 대회에서 모두 ‘톱3’에 진입했지만, 지난 5개 대회에선 중위권 2회(공동 30위ㆍ공동 50위)와 컷탈락 1회를 기록했다.

그나마 제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양희영이다. 하지만 양희영은 올 시즌 우승이 없다. 그는 다섯 차례나 3위 이내 들었지만, 승부처에서 끝내 ‘한 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양희영의 승부처 결정력이 한국여자골프의 메달 색깔을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여자골프 대표팀에게 쭈타누깐은 분명 버거운 상대다. 쭈타누깐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직후 "첫 우승 다음엔 메이저대회 우승이 목표였는데 이뤄내서 기쁘다"며 “리우 올림픽 골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여자 경기의 골프 코스는 파71에 전장 6,500야드다. 이에 따라 장타자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쭈타누깐은 올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에서 김세영(271.44야드ㆍ6위)과 양희영(267.555야드ㆍ12위)보다 쳐진 13위(266.973야드)를 기록 중이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에선 약 270야드의 평균 비거리를 보였다. 쭈타누깐은 대회 마지막 퍼트 전 숨을 한 번 골랐다. 우승이 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무섭게 성장한 ‘태국의 박세리’ 쭈타누깐과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골프 대표팀 선수들의 맞대결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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