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그 중 대표격인 ‘합리적 기대가설’을 들어 경제주체들이 현재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당시 입수 가능한 최선의 정보를 보유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행한다는 것이다.

시카고대학 루카스 교수는 합리적 기대이론을 발전시키고 거시경제학에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합리적 기대이론을 누구보다 잘 활용한 사람이 그의 부인이었다. 그는 경제학자로는 성공하였지만 부부생활은 원만치 않아 별거중인 부인과 1989년 이혼했다. 그의 부인은 이혼하면서 합의서에 “만약에 1995년 10월31일 이전에 노벨경제학상을 타면 상금을 반씩 나눈다”라는 조항을 넣었다.

남편의 학자로서의 명성과 업적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여 이혼한 뒤 6년 이내에 남편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부인의 합리적 기대가 상금 100만 달러 가운데 50만 달러의 수입으로 현실화 된 것이다. 심리학자 브룸은 전통적인 ‘욕구이론’에 ‘기대’라는 개념을 추가해 동기유발과정을 설명했다. 모티베이션의 강도는 ‘유의성•수단•기대’의 3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유의성은 특정보상에 대해 갖는 선호의 강도이고, 수단은 달성한 성과의 바람직한 보상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서 기대란 어떤 활동이 특정결과를 가져오리라고 믿는 가능성을 말한다. 결국 ‘기대이론’은 어떤 행동이나 노력의 결과에 따라 나타나는 성과에 관한 신념으로 자기자신에게 가져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금의 사회는 팽창시대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시절 미래는 늘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사회의 기초여건이 변화하고 미래는 늘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한번쯤 ‘기대’와 ‘희망’에 대한 차이점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희망의 사전적 정의는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희망은 삶을 지탱하는 요소였다. 그렇다면 희망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일찍이 니체는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희망과 기대는 모두 현재시점에서 표현하는 미래시제이지만 희망에는 결과에 대한 현실성이 부족하다. 때문에 희망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뜬구름 같은 낙관론으로 희망을 포장해서는 안 된다.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고문’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고 오히려 절망을 부를 뿐이다. 희망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를 질문하게 해야 하고, 목표의식과 실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구체적 현실이 담긴 합리적 기대를 통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새해 희망이 합리적 기대 속에서 선택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치한 한스경제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