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IPO 기업 108개, 전년대비 증가...4조원 조달
내년 SK바이오팜, 카카오뱅크, 호텔롯데 등 IPO '대어' 줄줄이 대기중
소재, 부품, 장비 등 소부장 기업 IPO도 '관심'
올해 IPO를 통한 신규상장 기업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08개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올 한해 국내 증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IPO기업으로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IPO기업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4조원 규모로, 작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바디프랜드와 홈플러스리츠, 이랜드리테일 등의 상장이 미뤄지며 당초 시장 기대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국내 증시가 제자리 걸음을 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다.

투자자들은 이미 내년 신규상장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에도 수조원 단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과 CJ헬스케어 등 바이오기업은 물론 카카오뱅크와 호텔롯데, 태광실업, 크래프톤, 패스트파이브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IPO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소재와 부품, 장비 등 일명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올해 IPO 기업 108개, 전년대비 증가...4조원 조달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를 통해 올해 증시에 신규상장한 기업은 이날까지 총 108곳이다. 코스피 시장에 13개 기업, 코스닥 시장에 95개 기업이 신규상장했다.

올해 초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IPO 기업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나며 작년 수준(100개)을 훌쩍 넘어섰다. 앞선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83개 기업이 증시에 신규상장했다.

상장 기업 수뿐만 아니라 조달 자금과 청약금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4조원 규모로, IPO기업 공모청약을 위해 몰린 일반 투자자 자금은 무려 13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에게 상장 공모리츠가 효과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증시에 상장한 롯데리츠와 이달 초 상장한 NH프라임리츠는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롯데리츠 청약을 위해 몰린 투자자들의 증거금은 무려 4조7610억원을 기록했다. NH프라임리츠에도 7조7499억원의 돈이 몰렸다. 청약 증거금은 청약금의 절반만 내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청약금은 롯데리츠가 9조5000억원 이상, NH프라임리츠는 15조50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국내 소재와 장비, 부품업체들의 상장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동차 부품업체 에이에프더블류의 공모 청약에 9조8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렸으며, 2차전지 관련 기업 에코프로비엠 역시 9조4600억원 규모의 청약금을 끌어모았다. 현대차그룹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도 5조원이 넘는 청약금을 기록했다.

'소부장 상장 패스트트랙' 1호 기업인 메탈라이프 역시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1397.97대 1을 기록하며, 2조6000억원 가까운 청약금을 기록했다.

'소부장 상장 패스트트랙'은 거래소가 최근 신설한 제도로, 국내 소재와 부품, 장비 전문기업의 상장 예비심사 기간을 단축해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보다 빠른 상장과 투자금 유치를 독려하고,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압타바이오, 천보, 셀리드, 드림텍, SNK, 웹캐시 등 다수 기업들이 조단위 청약금을 끌어모으며 올해 IPO 시장 활황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와 정부가 혁신기업 상장과 모험자본 활성화 등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SK바이오팜, 카카오뱅크 등 '대어' 줄줄이 상장...'소부장' 기업도 관심

거래소는 물론 정부도 혁신기업의 상장 요건 완화와 모험자본 활성화 등을 강조하면서 내년에도 IPO시장에 훈풍이 예상된다. 조 단위 기업들의 상장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증시에 선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거래소는 기술특례 상장 활성화는 물론 상장트랙 다변화 등을 통해 혁신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컨텐츠, 공유경제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 상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IPO시장에 가장 먼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어는 SK바이오팜이다. SK그룹 내 바이오 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지주사인 SK의 100% 자회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신약개발을 진행해왔던 SK바이오팜은 최근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예상 기업가치는 약 5조원 규모로, 거래소의 심사 승인 결과가 나오는대로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바이오팜의 상장이 올해 연이은 악재로 침체됐던 바이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콜마에 인수된 CJ헬스케어 역시 바이오업계의 IPO 기대주다. 시장에선 CJ헬스케어의 기업가치가 한국콜마의 인수가격인 1조3100억원을 훌쩍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내년 상장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최대주주를 카카오로 변경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하지만 쟁쟁한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 필수다. 또한 케이뱅크, 토스뱅크(가칭)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IPO를 통한 상장은 예정된 수순이란 관측이다.

앞서 한번의 상장시도에 실패했던 호텔롯데도 내년에 다시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6년 롯데그룹의 면세점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상장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당시 증권가에선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15조원 규모로 평가했다.

이 외에도 태광실업과 온라인게인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공유오피스 전문기업 패스트파이브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IPO에 나설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신도기연, 엘에스이브이코리아, 캠시스글로벌 등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기술특례 상장 기업수는 22사로,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우량 기술기업이 상장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상장활성화 정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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