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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송진현]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고 퇴직한 전직 고위 임원들이 뛰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리은행에서 퇴직해 상당기간 현직을 떠나있던 사람들이 회장 자리에 도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사인지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움직임이다. 우리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1년 임기가 내년 3월로 마감되는 가운데 퇴직 임원들이 불쑥 등장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싸늘하다. 현재의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이들 은퇴 임원들이 다시 등장해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고 가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은행업을 둘러싼 제반 여건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탓에 폐쇄되는 은행 점포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5대 은행에서 내년초 사라지는 점포만도 89개에 달한다. 이는 최근 3년 내 최대 규모다.

상당한 공백기를 가진 은퇴한 분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변화에 둔감할 경우 CEO로서 경영의 맥을 잡아나가는 것도 힘들어지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금 은행권은 급변하는 디지털화 시대를 맞아 인원감축 등 갈수록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4년여만에 올해 초 부활한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과제는 누가 뭐래도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구축일 것이다. 증권사와 보험회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리딩 금융그룹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수익의 90% 정도를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올 1년 동안 손태승 회장이 이같은 M&A 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런데 현역에서 은퇴한 분들은 보통 퇴직 후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들이 다시 CEO에 복귀해 과감하고 혁신적인 M&A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강한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악화되는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진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작업 역시 퇴임 OB들에게 지휘봉을 맡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금융 회장은 누구나 탐낼만한 매력적인 자리다. 수억원의 연봉이 보장되고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도 적지 않다. 퇴임해 소일거리가 없는 전직 임원들에겐 어쩌면 풍성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물과 권좌만을 노리고 CEO에 도전한다면 우리금융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가뜩이나 인사 적체가 심한 은행권에서 퇴직 임원의 복귀는 쑥쑥 커가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민망한 일이 될 것이다.

예부터 사람은 모름지기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비해 분에 넘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은 대충 시간만 때우면 되는 한가로운 자리가 아니다. 이쯤에서 퇴직 임원들의 차기 회장직 도전 꿈은 접는 게 낫지 않을까?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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