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2200억원 규모로 시장성장해 접입가경
마시는 음료에서 젤리·커피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CJ헬스케어가 출시한 연도별 컨디션 제품. / 사진 제공 = CJ헬스케어

[한스경제 변세영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술자리와 각종 모임이 많아지면서 ‘숙취해소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음료에만 한정됐던 숙취해소제가 이제는 젤리와 커피로까지 변신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조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 및 유통업계는 연말을 맞아 다양한 ‘숙취해소제’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숙취해소 음료에 탄산의 시원함을 접목한 ‘깨수깡’을 새롭게 선보였다. 깨수깡은 ‘술 깨셨습니까’의 제주 방언인 ‘술 깨수꽈’에서 착안한 제품명이다. 음료는 제주 감귤과즙을 함유해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앞서 롯데칠성은 2000년 ‘필’, 2005년 ‘모닝세븐’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롯데칠성은 14년 만에 2030 젊은 층을 공략한 신제품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한독약품이 출시한 ‘레디큐 츄’는 젤리 타입의 숙취해소제다. 망고농축액, 바나나과즙 농축액이 담겨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식감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뜯어서 즐길 수 있도록 출시됐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젤리타입 츄는 숙취해소제를 마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층과 여성들을 위해 고안된 제품”이라면서 “편하게 안주처럼 꺼내먹을 수 있어 마니아층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음료와 제약업계를 넘어 편의점도 치열한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GS25가 선보인 ‘해장커피다. GS25는 자사 ‘카페25’의 신메뉴로 헛개나무 추출물, 아스파라긴산, 벌꿀 추출물을 함유한 커피 신제품을 선보였다. 아메리카노와 ‘숙취제로팩’을 섞어 커피와 숙취해소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커피문화 확산으로 아침에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 신개념 숙취해소제라는 평을 받는다.

사실 술 소비량 자체는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1인당 주류소비량 통계에 의하면 1973년 16.8ℓ에 2017년에는 8.7ℓ로 50% 가까이 급감했다. OECD 평균(8.9ℓ)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다.

주류 소비가 줄어드니 자연적으로 주류업체들의 주류 출고량도 감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입분을 제외한 국내 주류 출고량은 최근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맥주 출고량은 2014년 205만6000㎘, 2015년 204만1000㎘, 2016년 197만8000㎘, 2017년 182만3899㎘ 등을 기록했다. 소주 출고량도 2014년 95만8000㎘, 2015년 95만6000㎘, 2016년 93만3000㎘, 2017년 94만㎘ 등으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출시한 해장커피. / 사진 제공 = GS리테일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 문화와 여가생활에 대한 중요도 인식이 올라가면서, 과거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셨다면 이제는 즐기는 형태로 변화해 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문화가 오히려 숙취해소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157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1800억원, 2018년 2200억원으로 판이 커졌다. 업계 예상치에 따르면 올해는 그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류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만 숙취음료 시장은 연평균 10~20%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편의점 CU에서 지난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숙취해소음료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5% 늘었다. 2030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환 형태의 숙취해소제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35% 이상 신장률을 보였다. GS25에서도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숙취해소음료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2.6% 증가했다.

국내 술문화가 과거보다 술 섭취를 줄이면서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트랜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최근 불황에 빠진 주류업계에서 기존 술보다 도수가 낮은 ‘저도주’만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깔끔하게 즐기는 술자리를 선호하면서, 과거 직장인이나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숙취해소제의 타깃 연령이 확장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드링크에서 환, 젤리 등 그 제형이 다양해지면서 앞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은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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