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한국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고 스스로 극단 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노조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상경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노조는 "문중원 기수가 목숨을 끊은지 오늘로 29일째를 맞았다"며 "그동안 유족은 여러차례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한국마사회는 면담을 거부한 채 회피하는 태도만 보였다"고 대책위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14년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만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성찰이 없었다"며 "사람 죽이는 '죽음의 경마'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유족을 비롯해 인권·안전·종교 등 각계 단체가 참석했다.

유족과 노조는 3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가 밤 9시쯤 운구차를 세종로공원 옆으로 옮겼다.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씨는 "잘못된 경마 제도를 이용해 연약한 기수에게 압박을 가한 결과 죽음이 반복됐다고 확신한다"며 "죽은 이들의 한이 풀릴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외쳤다.

한편 문 기수는 지난달 11월 29일 말을 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방을 마사회 특정인의 친분에 따라 배정하고, 말을 관리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기수가 거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부산경남경마장 기숙사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씨가 남긴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는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 마사회의 불합리와 구조적인 문제들이 빼곡히 담겼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는 이달 1일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부산 강서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해 유서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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