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 박정민이 영화 ‘시동’(18일 개봉)에서 특별한 변신을 했다. 노란 탈색머리로 반항기 가득한 택일 역을 맡아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농익은 연기로 표현했다. 기존에 연기한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와 달리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로 신선함을 자아냈다. 1987년생으로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나이보다 어린 10대를 연기한 박정민은 “내가 이 연기를 해도 되냐고 몇 번이나 제작진에게 물어봤다”며 웃었다.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 인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당연히 부담됐다. 리메이크한 작품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자체가 원작을 많이 훼손하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개발하면서 연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전작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이기도 해서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택일 역을 연기하며 10대를 돌아보게 됐나.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나.

“장재현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고 ‘그냥 박정민이네’라고 했다. 사실 나 역시 택일처럼 굉장히 건조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살갑게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학교 다닐 때도 부모님과 자주 싸웠다.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질 않나, 학교를 탈출하질 않나 하면서 부모님 속을 썩였다.”

-실제 나이보다 많이 어린 캐릭터를 선택하게 됐는데.

“초반에는 내가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고등학생 역을 실제 고등학생이 하면 영화 속 감정의 폭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미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 연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내 옆에 진짜 고등학생이 있으면 나이 차가 확 티 났을 거라고 본다.”

-메시지적으로 어떤 면에 끌렸나.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 택일과 택일의 엄마(염정아)의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둘의 관계에 들어있는 감정들이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감정이다. 엄마와 자식 간의 틀어진 사이, 자책 등 말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봉합되려면 큰 사건이나 각성이 있어야 하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연기를 할 때도 울컥할 때가 많았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택일이 거석(마동석)을 만나며 변하는 과정이 웹툰의 공감 포인트였는데.

“웹툰을 접한 독자들이 처음에 택일을 엄청 욕했다. 택일이 거석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에게 호감 캐릭터가 됐다. 그만큼 사람들이 감정 이입해서 웹툰을 보고 있는 거다. 나 역시 택일이 거석이형을 만나고 처음으로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점을 관객들 역시 느끼실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웹툰의 택일은 영화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첫 장면이 택일이 거석에게 반말로 대드는 장면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마동석 선배가 너무 부드럽게 대해줬다. ‘배울 게 없어 자퇴’라는 대사를 했는데 ‘그럼 넌 천재?’라고 했다. 대본에 없는 대사를 한 거다. 그 때 약간 마음이 풀렸다. 날 데리고 작품을 하나 찍어야 한다면서 아이템도 구상했다. (웃음) 염정아 선배, 김종수 선배 다 모두 날 잘 챙겨주셨다.”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후 여러 작품들을 만나며 주연으로 거듭났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나.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지킬 건 계속 지키자는 주의다. 좋은 선배들과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노하우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무작정 몸을 혹사하며 열심히 한다고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최)성은이 보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을 한 이유다. 나도 신인 때 무작정 열심히 하는 마인드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것 같다. 시야를 열고 다르게 연기해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여기서 자칫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019년을 보낸 소감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촬영, 개봉만을 반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공개하며 겪는 감정들도 많았다. 이 타이밍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황)정민이 형 붙잡고 얘기도 해보고 있다. 지금까지 정해진 건 정리하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또 성장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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