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퇴장이 쏘아 올린 EPL 인종차별 퇴출 바람
손흥민 퇴장이 쏘아 올린 EPL 인종차별 퇴출 바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12.29 14:55
  • 수정 2019-12-29 16:44
  • 댓글 0

손흥민(아래)이 첼시와 18라운드 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보복성 발길질을 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연합뉴스
손흥민(아래)이 첼시와 18라운드 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보복성 발길질을 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 "모든 인종은 하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미드필더 폴 포그바(26)가 '손흥민 퇴장'으로 재점화된 EPL 내 인종차별 반대에 적극 나섰다. 

포그바는 27일(이하 한국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9~2020 EPL 19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해 45분을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포그바는 맨유의 4-1 대승에 기여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뉴캐슬과 EPL 19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손목 밴드를 하고 경기에 나서 주목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뉴캐슬과 EPL 19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손목 밴드를 하고 경기에 나서 주목 받고 있다. 연합뉴스

ESPN에 따르면 이날 포그바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구호(no racism, we are one)가 세겨진 손목 밴드를 차고 경기에 나섰다. 동료들에게도 이를 권했으며 경기 후 어린 팬에게 밴드를 선물하기도 했다. 

포그바는 경기 후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도,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축구 선수로 즐기고 싶다"며 "인종차별은 무지에서 나온다. 사람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나는 모든 선수를 지지한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누구든 모든 인종은 하나다. 모두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포그바의 이런 행동의 시발점은 손흥민(27)의 퇴장이다. 손흥민은 23일 열린 첼시와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26)를 향해 보복성 발길질을 했고, 심판은 VAR 판독 끝에 손흥민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손흥민 퇴장 직후 일부 토트넘 팬은 뤼디거를 향해 원숭이 흉내를 내며 인종차별했다. 첼시 팬 역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했고, 이를 보던 토트넘 팬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PL 18라운드 토트넘과 경기에서 손흥민의 퇴장을 이끈 안토니오 뤼디거가 토트넘 팬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거세다. 뤼디거 SNS
EPL 18라운드 토트넘과 경기에서 손흥민의 퇴장을 이끈 안토니오 뤼디거가 토트넘 팬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거세다. 뤼디거 SNS

뤼디거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는 "축구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목격해야 한다니 슬프다"며 "많은 토트넘 팬들이 격려 메시지를 보내줬고, 감사하다. 인종차별을 한 몇몇 때문에 토트넘 구단 전체를 관여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뤼디거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이들을 찾아 반드시 처벌했으면 한다"며 "2019년에도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의회와 정부도 나섰다. 같은 날 데이먼 콜린스(45) 영국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장은 SNS에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응했다. 영국 체육부장관 나이젤 아담스(53) 역시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전에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PL에서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일까. 축구계 인종 차별 반대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선수와 관중이 접수한 각종 차별 신고 내용을 토대로 연간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6~2017시즌에는 469개, 2017~2018시즌에는 520건의 차별이 접수됐다. 접수 건 중 절반(53%) 이상이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지난해 12월 첼시와 경기에서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라임 스털링은 잉글랜드 일부 언론이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지난해 12월 첼시와 경기에서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라임 스털링은 잉글랜드 일부 언론이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자료 만으로 EPL에서 인종 차별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킥 잇 아웃' 역시 차별 건수 증가가 실제 차별이 증가해서 대중의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EPL 내에서 인종 차별 관련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영국 내무부 역시 비슷한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축구 관련 체포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시즌 전체 체포 건수 1500개 중 15개가 인종 차별적이거나 음란한 응원 구호때문이었다. 15건의 인종 차별 체포 사례는 2016~2017시즌에 비해 두 배나 되지만 2010~2011시즌 44명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객관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EPL에서 인종 차별 문제는 수십 년간 지속돼 오고 있다. 

BBC는 EPL에서 선수간 인종 차별이 전환점을 맞은 계기로 2011년에 일어난 사건을 꼽았다. 당시 리버풀 소속이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동료 선수를 인종 차별 발언으로 고발했고, 해당 선수는 8개월간 경기 출전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후 축구 선수들 간 인종 차별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첼시와 경기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고 주장한 맨체스터 시티 소속 라임 스털링은 잉글랜드 언론이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잉글랜드의 대표적 타블로이드 매체가 흑인 선수가 집을 사면 "돈을 뿌린다"고 하고 백인 선수가 집을 사면 "어머니를 위해 샀다"고 묘사한다며 언론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스털링은 언론이 유색인종을 향한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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