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만이 연예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스타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비추는 기술자, 한 편의 작품이 될 이야기를 찾고 쓰는 작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연출가 등 카메라 밖에서도 연예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연예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편집자 주>

연주자, 프로듀서, 가수들이 한 데 모여 서로 노동력을 나눌 수 있는 노동력 직거래 사이트 뮤콜라보. 기타리스트로 음악 활동을 했던 안철현 대표는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것 힘들다는 것을 자각하고 뮤지션들이 온당한 대우를 받으며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꿈 꿔왔다. 중간 유통구조만 개선한다면 뮤지션들의 생활이 한결 나아질 거라 확신한 안철현 대표. 10년 후 1000만 가입자를 목표로 뮤콜라보를 운영하고 있다.

-뮤콜라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온라인 공간에 있는 뮤직 마켓 플레이스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작업 구조를 기반으로 연주자가 자신의 수익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인공지능 연주자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 수도 있다. 뮤지션들이 예를 들어 어떤 음원 사이트에 자기 음악을 퍼블리싱을 한다고 하면 중간 유통 과정에서 많은 돈이 지불된다. 뮤지션으로서는 손실이 상당히 있는 거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운드 클라우드나 스포티파이(뮤지션들이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음원을 올려서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서비스) 같은 서비스를 보니 중간 유통구조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뮤지션들의 '갑질 문화'도 해소할 수 있고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에도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들게 됐다."

-뮤콜라보 서비스를 운영한 지 얼마나 됐나.

"법인 설립은 2017년 9월에 했다. 2년 좀 지난 셈이다. 준비는 그 전부터였다. 2016년 말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데모 버전을 만들었다. 데모가 나온 건 2017년 2월이다. 그 당시에는 '뮤직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이었다."

뮤콜라보의 하반기 '아티스트 지원사업' 회의 장면.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나.

"이력을 얘기하면 독특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경희대 컴공과를 나왔다. 근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음악을 열심히 했다. (웃음) 그래서 포스트모던학과에서 실용음악을 배우고 이후에 상명대학교에서 뮤직테크놀로지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년 음악을 한 셈이다. 그러다 외래교수 같은 걸로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가르쳤다. 그런데 어쨌든 컴퓨터를 좀 잘하니까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세팅 같은 것들을 남들보다 잘 알았다. 나는 기타를 쳤는데 녹음학 프로듀싱, 편곡을 하다 보니 음악계에 많은 '갑질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밥 한끼 얻어 먹고 기타 쳐 주고, 중간에 돈을 뜯기기도 하고 그랬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강의 덕이었지 음악만 했으면 굶었을 거다. 컴퓨터를 할 줄 아니 어느 날부터 고민을 했다. 요즘 보면 네이버 오피스라든가 구글 녹스라든가 온라인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서는 협업이 안 될까 의문이 들었다. 예를 들어 지방에 있는 사람과 협업을 한다고 하면 소프트웨어로 작업을 해서 파일을 다 뽑아서 그걸 다시 이메일로 압축을 해서 보내면 그걸 받아서 또 그런 작업을 해야 되는 거다.  만약에 온라인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시장이 커질 거고, 시장이 커지면 갑질 문화도 줄어들고 가격도 투명해질 거라는 새각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는데 미국에서는 2014년~2015년부터 이런 작업을 시작을 했더라."

-어떻게 이 서비스에 확신을 하게 됐나.

"시장 조사를 하면서 음악 시장의 판도를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작년 11월에 방탄소년단이 '네시'라는 곡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일이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은 음악 유통니넜다. 스포티파이 아티스트라고 유통사나 레이블을 거치지 않고 음악을 바로 올려 수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사운드 베러도 그렇고. 그런 판도들을 보니 확신이 생겼다. 외국 사례가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게 전혀 일어나지 않을 허황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고 있으면 메인 스트림은 내가 하려는 걸 반드시 지나쳐 갈 거란 확신을 하게 됐다."

-궁극적 목표가 있는지.

"애플에 1000억 원에 팔렸으면 좋겠다. 우리 시스템이 그 DNA를 잃어버리지 않고 뮤지션들에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애플 시스템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가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애플에 인수되고 싶다. 왜냐면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드는 로직이 맥에서 구현이 된다. 우리는 로직이란 프로그램 안에 디폴트로 들어가 있는 기능이 되고 싶다. 로직에는 네트워킹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뮤콜라보와 좋은 조화를 이룰 거라고 생각한다."

-뮤콜라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충분한 인력 풀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

"맞다. 그래서 좋은 분들을 모시기 위해 열심히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네임벨류 있는 뮤지션들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확실히 좋은 거니까 장기적으로 많은 분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할 거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다.

"해외 진출을 하려면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투자를 받은 다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6월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없는지.

"한국이 정부가 민간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는 나라다.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수준이 GDP 대비 세계 2위라고 한다. 이스라엘 다음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업을 하는 게 힘들까. 내가 느낀 바로는 정부에서는 당장 매출이 나올 수 있는 퍼블릭한 서비스들을 환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뮤콜라보는 투자 유치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원금을 받더라도 정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하기도 어려웠다. 마치 두 손과 두 발을 묶어 두고 돈을 쓰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 투자 환경이 되게 아쉽다. 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예술계에 투자해 줬으면 한다."

사진=뮤콜라보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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