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24일 개봉)는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허진호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왕과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천민의 신분을 넘어선 브로맨스가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최민식)과 장영실(한석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세종과 장영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조선이 과학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명나라의 압박과 고위 관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조선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쳤다. 실제로 장영실은 세종의 도움 하에 해시계, 자격루(물시계), 수표(물의 높이를 재는 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종 24년 당시 발생한 ‘안여사건’(장영실의 감독 하에 만들어진 세종의 가마가 부서진 사건) 이후 장영실은 불경죄로 관직에서 파면됐고 그 뒤 장영실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없다.

허진호 감독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생사나 발명품의 제작 자료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조선의 두 천재로 불린 이들의 관계를 심도 있게 풀어냈다.

영화 속 장영실은 세종의 꿈을 이루며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장영실은 세종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고위 관료들의 핍박을 받지만 괘념치 않는다. 오로지 세종의 옆을 지키는 것을 복으로 삼는다. 세종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고위 관료들과 달리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장영실을 기특하게 여긴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접근한다. 왜 세종과 장영실이 서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계략을 더해 구성한다.

‘봄날은 간다’로 멜로의 표본을 만든 허진호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끈끈하게 담는다.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과 배려, 감동적인 대사로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켜 보게 한다.

영화 '천문' 리뷰.

조선시대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과감한 장면들도 있다. 장영실이 문풍지 전체를 먹칠한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세종과 별을 바라보는 장면은 당시 시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실제로도 대학 선후배 관계인 최민식과 한석규는 20년 만의 재회가 무색할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어색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으며 브로맨스를 넘어선 애틋함을 보여준다.

다만 상투적인 전개나 설정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감정에 초점을 맞춘 만큼 다소 과잉된 표현들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러닝타임 132분, 12세 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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