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 여파... 유니클로 매출 급감
쇠퇴하는 아웃도어 시장... LF 아웃도어 시장 철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노재팬 현수막. /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올 한해 패션 업계는 냉탕과 온탕,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열심히 오갔다.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의류 공룡’으로 불리던 기업이 주저앉은 사이 호조를 누린 기업도 있었다.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마케팅 시대를 열고 대세로 우뚝 선 기업이 등장했다. 2019년 대한민국 패션업계 유통을 중심으로 일어난 변화를 정리해봤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지난 7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반발해 한국에 ‘수출규제’ 총대를 겨눴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에 ‘불매운동’으로 맞서면서 일본 브랜드는 좌절했고 국내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지난 2005년 국내에 상륙한 유니클로는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1조’ 매출을 달성하며 한국 패션 시장을 흔들었다. 무난한 고속성장이 예상됐지만 올해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곤두박질 쳤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4.94% 감소한 19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33억원으로 9.86% 줄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8월 이후 매출을 합산한다면 영업이익 감소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지오지아, 올젠, 탑텐 브랜드를 거느린 국내 토종 패션기업 ‘신성통상’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6.3%, 110.5%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8월 5일에는 불매운동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폭(440원, 29.73%)까지 올라 상한가 1920원으로 폭증을 보였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로 출발한 무신사가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에 등극했다. / 사진 제공 = 무신사

입는 패션에서 소통하는 패션으로... ‘온라인 콘텐츠’의 힘

3500여 개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대세 마켓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링을 공유하던 비주류 커뮤니티는 어느새 미디어 플랫폼과 이커머스 바람을 타고 거대한 쇼핑몰로 발전했다.

2016년 470억원 규모의 매출이 2018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엔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20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받아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으로, 무신사는 총 18억9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유통업계에 안착했다.

무신사의 성공은 앞으로 패션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업계가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판매자로 그치는 게 아닌 패션 트렌드, 브랜드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뉴트로’ 감성을 잡아라

복고(레트로) 바람이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그리운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는 색다른 감성을 선사해주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는 과거로 돌아가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옛것에 현대적 감성을 입힌 ‘뉴트로(New+Retro)가 대세를 이뤘다.

롯데멤버스가 엘포인트가 소비지수로부터 분석한 구매지표에 따르면 과거 유행했던 숏패딩, 코듀로이 팬츠 등 복고풍 의류 구매는 전년 대비 각각 153.7%, 135.2% 늘었다. 패션업계는 일명 양털자켓, 뽀글이라 불리는 플리스를 앞다투어 출시하며 뉴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LF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시장 철수계획을 밝혔다. / 사진 제공 = LF

‘올드한’ 이미지에 무너진 아웃도어 시장

패션업계 황금알로 불렸던 아웃도어 시장의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능성 의복에서 디자인과 감성을 추구하는 패션으로 유행이 변화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실제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6조 8000억 원, 2016년에는 6조 원, 2017년 4조 7500억원, 지난해는 4조 5000억으로 떨어졌다. 시장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기업의 위기감도 커졌다.

LF에 따르면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 등 81개 라푸마 매장을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철수할 계획이다. 한때 라푸마는 연 2000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효자 브랜드였지만 최근 매출이 반 토막 나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패션그룹 형지도 자사 아웃도어브랜드 살로몬과 노스케이프 철수 소식을 알리며 아웃도어 시장에서 발을 빼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아웃도어룩이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됐다”라면서 “최근 일상복 브랜드에서도 애슬레저룩(일상복형 여가복 차림)을 많이 출시해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진 기능성 측면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시장 쇠퇴의 원인을 지적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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