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정해인은 로맨틱한 이미지로 여성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순수하고 해맑은 듯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매력이다. 그런 그가 영화 ‘시동’(12월 18일 개봉)에서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의욕충만 10대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넘치는 허당기와 열정 탓에 옳지 않은 선택을 한 뒤 성장하는 상필을 다양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

“상필이 속한 글로벌 파이낸셜팀의 모습이 편집이 좀 됐다. 감독님이 시사회 전날 미리 말해줬다. 왜 편집이 됐는지에 대해 납득하게 해줘서 감사했다. 아무래도 택일(박정민)이 있는 장풍반점보다 이야기가 어두워서 편집이 됐다고 했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시동’이 정확하게 ‘봄밤’ 촬영과 겹쳤다. 격일로 촬영장을 왔다갔다하면서 찍었다. 어떤 게 더 편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봄밤’에서 못 한 연기를 ‘시동’에서 하니까 연기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이 있었다. 거침없이 연기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었다. 촬영을 병행하느라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재미있었다.”

-영화 속 친구인 박정민과 의외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맞다. 함께한 장면이 몇 회차 되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이야 당연히 있지만 언젠가 다시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촬영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었다. 내가 뒷좌석에 앉아야 했기 때문에 정민이 형 뒤통수만 바라봤다. (웃음) 영화 ‘파수꾼’ 팀인 이제훈 형, 윤성현 감독님이 정민이 형 응원을 왔더라. 그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고교시절을 돌아보면서 공감했던 게 있나.

“아무래도 성장배경이 비슷하기도 했다. 실제로 할머니와 함께 지냈는데 연기하면서 10여 년 전이 많이 생각났다. 학창시절 때 나는 굉장히 평범했다. 모든 게 다 어중간했다. 그냥 그 당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을 따라한 것 같다. 성적도 보통이었고 끼가 많지도 않았다. 성격은 많이 내성적이었다.”

-10대 청소년을 연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집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이나 목소리 톤을 베이스로 잡았다. 원래 목소리처럼 연기하면 성인처럼 보일 것 같았다. 약간 하이톤으로 톤을 올렸다. 또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랑 상의하면서 만든 신이다. ‘좀 만화영화처럼 찍어보면 어떨까?’라는 감독님의 뜻이 있었다. 아무래도 원작이 웹툰이다 보니 만화 같은 장면을 심어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 30대인데 이 영화를 끝으로 10대 연기는 마지막인 것 같아 소중함을 느꼈다.”

-KBS2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로 이름을 내건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내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라 부담스럽다. 이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예능인들에 대한 경외심이 생겼다. 즐겁기도 했지만 힘든 면도 있다. 잠자는 시간 빼고 계속 마이크를 차고 있고 내 모습과 목소리가 들어간다는 게 힘들기도 했다. 예능이다 보니 괜히 뭔가를 더 하려고 하는 내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도 며칠 지나니까 적응되긴 하더라.”

-최근 몇 년 간 가장 가파르게 인기가 상승한 배우이기도 하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가.

“그냥 늘 해온 것처럼 차분하게 묵묵하게 임하려고 한다. 들뜨지 않으려고. 일희일비하면 인생이 너무 힘들어진다. 최대한 덤덤하고자 한다. 배우 정해인과 인간 정해인을 분리시키려는 편이다. 집에서 내 모습과 직장에서 모습이 다르듯 나 역시 그렇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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