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의 날을 지나 새로운 한 해의 출발점에 섰다. 올해는 21세기 들어 세 번째의 10년을 맞는 해이다. 시간의 흐름이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모두가 신년 다짐과 소망을 기원하면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는 때이다.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처럼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으로 절대적인 시간을 말하는 ‘크로노스’와 달리, ‘카이로스’는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시간의 상대적 관념을 말한다.
사실 인간은 시간단위를 정해 놓고, 시간의 굴레 속에서 통제 받으며 살고 있다. 특히 금융에서 다루는 시간은 규칙적이며 정형화되어 있다. 오직 ‘크로노스’적 시간만이 존재하지만, 통념적인 미래에 대한 시간의 무게가 다르다. 어떤 한 단위의 화폐단위가 시간적 요인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같은 돈이라도 먼 훗날보다는 바로 지금 쓸 수 있을 때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간선호를 포기하는 대가가 이자인 셈이다. 이자율의 결정변수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하지만 금리와 물가가 동반상승 하던 성장시대가 저물고, 저성장과 저물가시대로 진입하면서 돈의 시간가치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이 1%대까지 하락한 초저금리시대가 복리의 마력이라고 불리는 72법칙(배수의 법칙)마저 무색하게 한다.
72법칙이란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기간으로 72를 이자율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면 연 8%를 복리로 주는 금융상품에 가입했다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은 9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일 뿐 이제는 현실성이 부족한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에 대한 준비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지만, 적당한 투자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금융상식이 깨지고 예전과 다른 금융환경이라 해도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무설계 전략과 점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제 초저금리가 뉴노멀인 시대인 만큼 목돈관리나 목돈마련을 위해선 어느 정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투자원칙이 장기와 분산투자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며 목표수익률을 추구한다면 10년 장기의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
10년이란 기간은 목표수익률을 평균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시너지효과(1+1>2)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투자성향에 적합한 자산의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에 대한 관점이 각자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는 미래의 재무목표라는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변수다. 10년의 기간이 현재에서 멀다고 생각의 중요도가 결코 떨어져서는 안 된다. 길게 보면 ‘스노우볼 효과(복리효과)’의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치한 한스경제 칼럼니스트 news@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