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 자율포장대에 종이박스만 제공
노끈·테이프 퇴출 소식 모르는 소비자 많아 혼선

 

1일 이마트 자율포장대에 포장용 테이프와 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 변세영 기자] 국내 3대 대형마트와 환경부가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주요 매장 자율포장대에 비치한 종이박스만 남기고 노끈과 테이프를 퇴출시켰다. 재활용이 어려운 테이프와 노끈은 없애고 재사용 할 수 있는 종이박스만 남긴다는 취지인데, 제도 시행 첫날 장바구니를 준비해 오지 않은 고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2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자율포장대에는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이 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테이프, 노끈이 구비돼있던 포장대엔 종이 박스만 겹겹이 쌓여 있었다.

대대적인 세일을 맞아 마트에서 상품을 한가득 구매한 고객들은 자율포장대에 앞에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마트에서 고기, 밀가루, 냉동식품 등을 구매한 40대 부부는 “물건을 많이 샀는데 들고 가기 마땅치 않아 불편하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노끈과 테이프가 없어진 자율포장대에서 소비자들은 박스를 접어서 사용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박스가 찢어지거나 헐렁해지는 상황이 부지기수였다. 생수나 과일 등 다소 무거운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은 박스가 뜯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스를 접는 과정에서 뜯어진 종이박스. / 사진 = 변세영 기자

앞서 대형마트와 환경부는 협약을 맺고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를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종이박스, 테이프, 노끈이 구비된 자율포장대를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얻은 바 있다. 원성이 쏟아지자 환경부와 마트는 종이박스만 제공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 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으로 658t에 달하는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에 환경부는 테이프와 노끈을 제거해 불필요한 폐기물을 없애고 단계적으로 종이박스까지 퇴출해 장바구니 사용을 확고히 하겠다는 취지다.

테이프와 노끈을 없앤 대형마트는 장바구니를 3000원, 플라스틱 박스는 5000원에 빌려주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박스를 선호하는 양상을 띠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고객들의 지적이다. 장바구니를 사용하지 않았던 한 고객은 “마트를 언제 또 이용할지 모르는데 장바구니를 대여하자니 가격이 부담스럽다”라면서 “굳이 찾아와서 반납하는 것도 귀찮다”라고 대답했다.

홍보도 부족해 보였다. 실제 마트를 방문해보니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 줄 몰랐다는 고객도 많았다. 한 고객은 “테이프가 없는 줄 몰랐다”라면서 “환경보호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갑자기 중단하는 게 말이 되냐”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1일 자율포장대에 노끈과 테이프를 제공하는 킴스클럽 전경. / 사진 = 변세영 기자

같은 날 300m 내외에 위치한 이랜드 계열 킴스클럽 마트는 자율포장대 내 테이프와 노끈을 변함없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같은 대형마트지만 업체에 따라 제도 도입 여부가 달라 통일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3사가 바뀐 제도를 홍보하고 공시하는 기간이 짧아 여기저기 혼란이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종이박스만 제공하게 되면서 마트 차원에서도 대형 장바구니를 제작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제도가 곧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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