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크러쉬가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로 컴백했다. 요즘처럼 음원 소비가 빠른 시대에 정규앨범 내는 건 '음원 깡패'라는 별명을 가진 크러쉬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터. 그는 앨범 제작 기간만 약 3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곡은 자이언티와 함께한 '잘 자'다. 이 노래의 가사는 미래의 아이에게 하는 말이면서 또 반려견 두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크러쉬는 두유는 영감의 원천을 넘는, 자신의 삶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약 5년 6개월 만의 정규앨범이다.

"굉장히 만감이 교차한다. (웃음) 기대되고 설레면서 긴장과 걱정도 많이 됐다. 복합적인 감정이 한 동안 머릿 속을 지배했다."

-앨범 전반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첫 번째 큰 테마는 '위로'인 것 같다. 타이틀 곡이 가진 메시지도 마찬가지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누구나 자기가 느끼는 외로움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

-앨범 준비 기간만 약 3년이라고 들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온전한 상태에서 이 앨범 작업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건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그 안에서 작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들이 하나하나 완성돼 가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또 그 곡들로 또 위로를 받기도 했고."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앨범의 톤앤매너를 맞추고 작사, 작곡, 편곡을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정규앨범을 내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은데.

"순환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앨범이 세상에 기록이 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의미를 두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이지 않았나 싶다. 타이틀 곡이 아닌 수록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진 못 하더라도 이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최근 피네이션으로 소속사를 옮겼다. 작업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음악 작업을 하는 환경이나 그런 부분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통 나는 집에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녹음도 원래 했던 작업실에서 했고. 다만 내가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회사에서 지원과 서포트를 해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새 소속사에) 적응을 굉장히 빨리 한 편인 것 같다."

-미래의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잘 자'라는 트랙이 리스너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는 게 목표다. 그게 이 곡을 작업한 하나의 이유다. 나중에 2세가 생겼을 때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음악으로 들려주는 게 티칭이 잘 될 것 같더라. 마침 자이언티 형도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해서 각자의 2세에게 바치는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해서 작업하게 된 곡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견 두유다. 6년 여 동안 두유와 동고동락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조금이라도 두유가 아프면 마음이 정말 너무 아프더라. 부성애랄까 그런 것도 느꼈다."

-반려견으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받나 보다.

"영감을 넘어선 존재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인생의 큰 원동력이다. 두유가 굉장히 예민하고 겁이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이기도 하다. 그게 나의 에고(자아)들을 다 흡수해서 그런 것 같아서… 나의 외로움이나 이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 친구가 감당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영감을 받는다기 보다 교감을 되게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의 트랙 구성이 마치 하루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 같은 콘셉트다. 이에 빗대어 크러쉬의 음악 인생을 24시간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몇 시쯤 됐을까.

"대략 낮 12시 5분쯤 온 것 같다. 사실 나의 경우엔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다. 힘이 닿는 한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는 게 제일 크고 근본적인 목표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기엔 아쉬운 것 같다. 아직 깨어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성장하고 깨어나고 싶다."

사진=피네이션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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