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금폭탄 피해 떠났던 개미들, 증시 돌아와
4일 간 코스피서 1조원 넘게 주식 사들여
삼성전자 실적발표, CES, 미국 대선 등 기대감 '커져'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대주주 과세를 피하기 위해 증시를 떠났던 개인 투자자들이 속속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신년 초 증시 흐름은 다시 부진한 모습이지만, 향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욕증시가 랠리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수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앞서 12월 한달 간 4조원 규모의 매도 공세를 펼쳤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 "세금폭탄 피하자"...연말 증시 떠난 개미들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사의 대주주 지정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새롭게 부과될 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년 말 지속적인 순매도를 보여왔다. 코스피 시장에선 작년 12월 6일부터 무려 1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주주 명부 폐쇄일(12월 26일) 이후 돌연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같은 태세 전환은 과세의 기준이 되는 상장사 대주주 포함 여부가 주주 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 투자자가 대주주로 지정될 경우 주식 매매를 통해 얻은 시세 차익 중 최대 30% 가량을 양도소득세로 내야만 한다. 따라서 과거에도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연말엔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유독 이 같은 흐름이 강했다. 정부가 대주주 포함 기준을 보다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코스피 상장사 지분 1%, 코스닥 상장사는 2% 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보유지분 가치가 15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 투자자를 대주주로 보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대주주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지분가치의 기준이 기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진다. 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에 포함되는 셈이다. 또한 다가올 2021년엔 이 기준이 3억원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자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강화된 대주주 요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3조8275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 7년래 최대 규모다.

◆ 큰손 개미들 돌아왔다...코스피 주식, 4일간 1조원 사들여

연말 공격적인 매도 공세를 펼쳤던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명부 폐쇄일이 지난 이후 그간 팔아치웠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최근 4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 내 순매수 규모만 무려 1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올해 들어 공격적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이틀 연속 4600억원 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지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들의 매수세는 고무적이다. 그간 사라졌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다시 돌아옴에 따라 지수 및 개별 종목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여전히 주식 매수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초 주식 거래일이 아직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섣부른 실망은 이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내주 있을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미국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이 IT 관련 업종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외에도 코스닥 시장의 중심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기라는 조언도 나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CES에서는 롤러블TV, QLED 8K TV, 마이크로LED, 스마트홈,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푸드테크, 디지털 치료 등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내주 잠정실적 발표와 맞물려 테크업종의 모멘텀 확대 여부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이달 중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1월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업종 순환매 및 중소형주 매기 확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일간 순매수 금액 차트(단위: 백만원)/미래에셋대우 제공

◆ 미국 대선 '기대감', 주식 투자자들은 트럼프 재선 원해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도 국내 투자자들의 큰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친화적인 트럼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상승세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증시가 과열 논쟁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국내 증시의 키 맞추기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작년 말 미국 베팅사이트 프레딕티트에서 제공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차트와 S&P500지수의 흐름이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 상승과 S&P500지수 상승 간의 선후 관계를 뚜렷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권자들이 주가 수익률 호조 상황에서 현 정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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