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연기력으로는 더 이상 논할 게 없을 정도다. 배우 이병헌은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표현력을 자랑한다. 750만 관객(7일 기준)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백두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요원 리준평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부터 중국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는 물론이고 날 선 액션을 펼쳤다. 여기에 남한요원 하정우와의 티격태격 케미로 웃음을 자아내는 애드리브 연기를 보여줬다. 이병헌은 “나이가 들어 액션 연기를 할 때 예전에 비해 힘들다”면서도 “늘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는데 휴식 시간이 있나.

“그래도 지난 해 제법 쉬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남산의 부장들’과 ‘백두산’을 연이어 촬영하고 쉬었다. 쉴 때는 가족과 함께 미국여행을 했다. 또 촬영하느라 못 본 친구들과 식사나 술 한잔하면서 여유롭게 지냈다.”

-‘백두산’에 꼭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이런 볼거리가 풍성한 오락영화이자 재난영화에 버디무비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점이 좋았다. 다른 보통의 재난영화와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정우(조인창 역)와 케미스트리가 잘 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절반 이상의 장면이 CG(컴퓨터 그래픽)로 구현됐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상상한 이미지가 화면으로도 그대로 구현됐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예상할 수 없는 영화였던 것 같다. 촬영 배경이 CG로 다 바뀌어서 나오니까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CG가 정말 중요했다. 그래서 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봤다. CG는 꽤 만족스러웠다. 촬영 당시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과 촬영 수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액션이 어색함 없이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연기한 리준평은 초반부터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첫 등장 장면이 굉장히 중요했을 텐데.

“등장 자체가 임팩트가 있으면서 리준평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모습이 드러나야 했다. 남한 대원들과 관객들 모두가 놀라야 하는 장면이었다. 목포 사투리를 쓰기도 했다가 러시아어를 쓰기도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보여야 했다.”

-데뷔한지 30주년이 됐다. 이 정도 경력이 쌓이다 보면 정체된 연기를 할 수도 있는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 임하고 있을 때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못 한다. 그냥 이 작품의 의도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어떤 지점까지 가는 게 창작자, 감독에게 득이 될지 생각하면서 연기할 뿐이다.”

-중년의 나이에 늘 액션을 하는 것도 힘이 들 텐데.

“당연히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숨이 좀 차고 힘들기도 하다. (웃음) 이제는 예전만큼 잽싸게 되진 않는구나라는 차이는 느낀다.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체력관리를 하려고 한다. 음식 먹는 것도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하는데 고치지 못한다. 내가 살이 좀 찐다 싶으면 밥의 양만 살짝 줄이지 끼니를 거른 적은 없다. 하루에 세 끼 이상 먹는다. 안 그러면 내가 못 견딘다.”

-하정우가 장난을 많이 치던데 촬영장에서 관계는 어땠나.

“내가 놀림을 당해주는 거다. 그러려니 한다. 나와는 유머코드가 많이 다르다. 사실 영화에서 하정우와 대화하면서 찍은 애드리브가 많은데 편집됐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마동석, 전혜진과 케미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마동석이 정말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걸 느꼈다. 할리우드 선배로서 조언같은 걸 하지는 않았다. ‘이터널스’에 캐스팅돼 축하한다고, 건강 잘 챙기라고 했다. 타지에서 촬영하다보면 외롭고 서러울 때도 많다고 했다.”

-촬영이 없을 때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가족 자랑을 좀 하자면.

“우리 아들이 다섯 살이 됐는데 착하다. 어렸을 때 내 모습과 외모적으로 많이 닮았다. 성격도 좋다. (웃음) 아무래도 실제로 아빠가 되고나니 아버지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그저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언제까지 연기하고 싶나.

“많은 영화팬들이 내가 한 작품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가지는 연기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그런 기대를 유지하면서 배우로 살아가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인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그 감사함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SNS를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지. 아이. 조‘ 찍고 나서 미국 매니저가 SNS를 권유했다. 그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몇 년 만에 하게 됐다.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의미 있는 게시물을 올리려고 한다. 내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에게는 좋은 기능도 하는 것 같다.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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