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 사는게 죄인가요"…'투기와 전쟁' 대통령 발언에 반발
"서울에 집 사는게 죄인가요"…'투기와 전쟁' 대통령 발언에 반발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20.01.08 15:08
  • 수정 2020-01-0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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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방위 규제 신호… 수요자 '내집마련' 암울
서울 주택 절반 이상은 규제 대상인 9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나고 자란 서울에 집 한채 마련하는게 투기인가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까지 옥죄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며 전방위 규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 불안이 계속된다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미 정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와 8·2대책, 9·13대책, 12·16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줄지어 쏟아낸 바 있다. 대책들 안에는 주담대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이 담겼다. 이제 나올 만한 규제는 다 나왔다는 분석이다.

추가 대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상되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카드로는 ▲규제지역 확대 ▲전월세상한제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있다.

이러한 규제들을 살펴보면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 커 보인다. 만약 집값이 어느정도 잡힌다고 하더라도 대출 규제로 '매입'이 어려워져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실수요자들은 매매가 아닌 임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전세가 아닌 매매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젊은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김선주 경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교수가 실시한 '2018 청년세대의 주택자산형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만19∼39세 청년 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5명(85%)이 '주택 구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매매 의사는 있지만 부족한 자금 탓 '내집마련'은 쉽지 않다. "전체 집값을 자신의 돈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수요자들 대다수가 매매하기를 원하는 서울 주택의 경우 중위매매가격이 8억9751만원까지 치솟아 대출이 필수적이다. 중위가격이란 전체 아파트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으로, 중간값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서울 주택의 절반이 대출 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9억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원구에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남성 A씨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실수요자들까지 집을 못사게하면 어떻게 하냐"며 "위치가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대출을 갚아나갈 건데, 왜 정부에서 막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는 등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실수요자에게는 완화해주는 등 맞춤형 규제가 필요한 시기”라며 “규제로 실수요자가 집을 찾지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중심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을 경제재로 인정하고 서로 경쟁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정부가 대출이나 종부세로 규제하는 것이 아닌 시장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먼저 부동산을 하나의 경제재로 인정하고 정책이든 규제든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