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지형 위원장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받아, 법위반 행위 공개할 것”
김지형 전 대법관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해외처럼 삼성에도 준법감시기구가 존재했다면 재벌유착과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해준 것에 대해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해 즉각적으로 화답했다.

9일 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과 운영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김지형 위원장은 “처음 위원장 제안을 받고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요청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애초에 위원장을 맡기까지 삼성이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저의 역량 부족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며 내정 거부 이유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수락한 이유는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데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확답을 받아 위원회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법조계와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인사와 회사 측 위원으로 구성됐다.

외부 위원 가운데 법조계에선 김 위원장을 비롯해 봉욱 변호사가 선정됐고 시민사회 단체에선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가, 학계에선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정돼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7개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이달 말 7개 계열사가 각자 협약과 위원회 운영 규정과 관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빠르면 이달 내에 공식 출범 할 계획이다.

당초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달라”고 주문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형집행 경감을 위해 형식적으로 준법감시기관을 만들어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용도로만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 됐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삼성의 진의와 관계없이 위원회가 향후 혁신적 개선 조치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용만 당한 것 아니냐’는 평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변화를 위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해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받기로 한 점도 위원회가 마련할 준법감시 프로그램이 삼성의 개입없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리경영 파수꾼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 쏟을 것이고, 최고경영진 법위반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직접 조사하고 곧바로 신고받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며 “법위반 사항에 대해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해 적극적인 예방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