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가 미국,이란 갈등 속에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발 불안이 연초 돌발 악재로 불거지고 있지만 올해 증시반등에 대한 장기적인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 있는 분위기다. 2%안 밖의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수위약화, 기업의 실적개선, 유동성 장세 기대 등에 대한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그래서 연초에 이어지는 증시 행보가 관심사다. 월(月)이나 계절에 따라 일정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캘린더 효과’라 한다. 주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정한 시기에 따라 강세나 약세를 보이는 ‘이례현상’들이다. ‘캘린더 효과’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1월 효과’, ‘서머랠리(summer rally)’, ‘산타랠리(santa rally)’와 ‘추수 감사절’을 전후한 증시의 오름세 등을 들 수 있다.

‘1월 효과’는 이러한 현상 중 대표격이다. 1월 주가가 다른 달보다 양호하거나 직전 월인 12월 대비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례현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발생원인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는 세법상 단기 자본손실을 과세소득에서 공제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에서 성적이 저조한 주식들을 12월에 매도하고 1월에 다시 매수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통설이다.

국내증시에도 대주주 요건강화로 연말 매도현상이 재현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이례현상’이란 전통적 이론과 배치되어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자본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는 ‘효율적 시장가설’과 ‘랜덤워크’의 이론적 가정에서 볼 때 ‘주가의 특이한 움직임’이 ‘이례현상’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정보의 효율성과 관련된 개념으로 자본시장의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그리고 ‘즉시’ 반영한다는 이론이다. 또한 ‘랜덤워크’란 주가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속성 때문에 과거의 변화와 관계없이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어떤 정보를 이용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이후 국내증시에서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모두 직전 월인 12월 대비 1월 상승이 15번, 하락이 8번으로 횟수만 비교해 보면 상승횟수가 약 2배정도 많았다. 코스피지수가 사상처음 2,600선,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기록한 시기도 2018년 1월이었다. 따지고 보면 ‘1월 효과’의 발생은 투자자들이 한 해의 주식시장에 기대하는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연초 증시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물론 1월에는 각종 장밋빛 정부정책이 발표되고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져서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그러나 1월에 반드시 주가가 상승하라는 법칙은 없다. 1월 효과는 상관관계만 나타날 뿐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실은 아니다. 경제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부진을 겪으며 ‘나홀로 약세’의 불명예를 얻었던 한국증시가 2020년에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1월 효과’를 기대해 본다. 

이치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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