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믿고 보는 배우.’ 배우 하정우에게 늘 붙는 수식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다작’ 배우로 활동 중인 그가 또 재난영화 ‘백두산’으로 돌아왔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PMC: 더 벙커’ 등 다수의 재난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하정우는 ‘백두산’에서 EOD 대위 조인창 역을 맡았다. 기존의 전형적인 군인 이미지를 탈피한 듯 특유의 재치 있는 연기로 재난영화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정우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당황한 모습을 있는 극대화시켜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리준평(이병헌)과 상반되는 캐릭터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많은 재난영화에 출연했다. ‘백두산’의 특별한 점은 뭐라고 생각했나.

“소재 자체가 백두산 화산폭발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기사나 여러 칼럼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영화로 표현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 ‘신과함께’ 시리즈로 CG(컴퓨터 그래픽) 촬영을 했기 때문에 ‘백두산’이 익숙했겠다.

“확실히 ‘신과함께’ 시리즈 때보다는 수월했다. 그새 적응한 것 도 있고 블루스크린을 늘 치고 촬영하니까 익숙한 환경이 됐다.”

-극 중 연기한 조인창은 전투 경험이 없는 군인이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영화 ‘더 록’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닥터 스탠리 굿스 역을 인상 깊게 봤다. 교도소 섬으로 가는 수송기 안에서 긴장해 다리를 떠는 장면이다. 인창이라는 인물도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향하는 여정에서 느낀 감정이 비슷했을 것이다. 사고로 인해 원래 계획과 다른 임무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당혹감을 극대화시켜서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처음 시나리오보다 더 확장해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리준평 역에 왜 이병헌을 추천했나.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른 배우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이해준, 김병서 감독도 이병헌을 원했다. 이번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사석에서 만났을 때도 ‘언제 같이 하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내가 제작한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주면서 더 가까운 인연이 됐다.”

-이병헌과 원래 친분이 있나.

“알고 지낸 지는 10년이 넘었다. 너무 반가운 선배이자 형이다.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따뜻한데 연기할 때 배우로서는 ‘연기머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샐 틈도 없더라. 다들 많이 경쟁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영화를 함께 촬영하면서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경연대회도 아니고 영화를 찍을 때는 그 장면만 생각한다.”

-영화 속 유머코드는 많은 애드리브로 완성됐는데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

“그 수위조절이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버전을 촬영했다. 최종적으로 장면 선택을 하는 건 감독들의 몫이다. 코미디처럼 보일 생각까지는 안 한 것 같다.”

-아내 지영 역으로 배수지를 추천했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 역할을 배수지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영을 표현할 새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 후 수지에게 연락했고 실무진들이 캐스팅을 성사시켰다.”

-영화에서 인창은 지영을 ‘큐티쁘띠’라고 부른다. 귀여운 사람이라는 큐티(cutie)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프랑스어 쁘띠(petit)의 합성어인데 실제로는 어땠나.

“이해준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 지영의 애칭을 만들기 위해 촬영 직전까지 고민했다.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 말하기 부끄러운 애칭이였으면 했기 때문이다. 스태프에게 상금까지 걸고 공모한 결과 나온 게 ‘큐티쁘띠’다. 실제로 수지는 담백하고 털털하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연기도 꾸밈없이 하기 때문에 힘이 있다.”

-최근에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늘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겸손한 마음을 갖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인 것 같다.”

-매 작품에서 캐릭터를 ‘하정우화’해서 표현한다는 평이 많은데.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하다. 항상 이야기의 출발을 알려고 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야기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 대부분 감독의 피와 살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고, 뭘 만들고 싶고, 누구에게 영감을 얻었는지 정답은 (시나리오) 안에 있다. 감독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 후 내 안으로 갖고 와서 내 식대로 표현을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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