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이향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 등 판매사들이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현재 진행 중인 회계법인 실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의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다.

공동대응단은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KEB하나·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 16개 은행·증권사로 이뤄졌다.

라임 측이 지난해 10월 10일 사모사채와 메자닌 관련 펀드, 14일에는 무역금융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밝히자,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공동 대응을 위해 공동대응단을 만들었다.

공동대응단은 같은달 17일 공청회를 열어 라임 측에 자산을 실사하고 유동성 및 상환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또 공동대응단은 라임 측이 부실의 징후를 알고도 판매사에 판 건 아닌지, 펀드 수익률을 좋게 보이려고 부정한 수단을 쓰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는 라임 투자자들이 지난 10일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을 고소한 사유와 비슷하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우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2018년 11월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에 환매 중단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이런 사실이 공표되지 않았고 계속 (무역금융 펀드의) 시리즈 펀드가 새로 설계·판매됐다"며 라임 측이 "무역금융 펀드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속여서 판매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의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나 기준가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투자 대상, 수익률 등 투자 판단의 중요 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표시하는 사기 또는 사기적인 부정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한다.

투자자들은 라임과 판매사를 싸잡아서 고소하고, 판매사들은 '우리는 몰랐다'며 라임 측을 고소하려는 형국인 셈이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는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는데, IIG는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등록 취소와 자산 동결 조치를 받았다.

SEC는 IIG가 2018년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11월 IIG 헤지펀드의 이런 유동성 문제를 인지했으나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무역금융 펀드를 계속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의 이런 행보를 사전에 통보받거나 알아낼 수 없는 구조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제41조에서 자산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 간 정보교류를 금지하고 있다.

권이향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