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문’ 최민식 “韓영화 다양해져야..진한 멜로연기 하고파”
[인터뷰] ‘천문’ 최민식 “韓영화 다양해져야..진한 멜로연기 하고파”
  • 양지원 기자
  • 승인 2020.01.13 00:37
  • 수정 2020-01-13 00:37
  • 댓글 0

[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새로운 장영실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천문)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장영실은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 없는 인간미가 짙게 묻어났다. 기존의 작품들에서는 늘 세종대왕의 뒤에서 그림자이자 ‘천재’로 존재한 장영실이지만 ‘천문’ 속 장영실은 달랐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티 없이 맑은 사람으로 그려졌다. 신파적인 설정이 없는데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는 영화 속 장영실의 순수함 때문이다. 온전히 최민식의 연기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이 있는 연기로 장영실을 재해석하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세종 역을 맡은 한석규와 약 20년 만에 재회한 최민식은 “한석규만 한다면 현대극이어도 출연했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천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이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한석규, 허진호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면 출연했을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이 한석규와 같이 연기하면 어떠냐고 해서 ‘콜’이라고 답했다. 시나리오도 괜찮았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에 집중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정치도, 과학 드라마도 아닌 오로지 관계에 집중하는 시나리오였다. 사실 상 장영실은 문헌에 기록된 게 없다. 빈 공간이 많은 캐릭터라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실존인물인 장영실을 어떻게 해석하고자 했나.

“굉장히 순수하고 비정치적인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자료를 보니 세종이 장영실을 옆에 두고 내관처럼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사실 조선에서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 아닌가. 신분을 다 무시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이유로 의기투합을 했다. 그런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 열린 마음의 군주와 그런 군주를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는 장영실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다뤘다. 허진호 감독의 창작물로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데.

“열어놓고 보셨으면 한다. 사대주의에 빠진 관료들과 세종의 대립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 틈에 비어있는 공간들, 세종과 장영실이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합리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창작을 하는 재미를 느끼는 거다. 바로 그 재미 때문에 역사극을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천문’ 역시 가공의 드라마고, 픽션이다. 거부감 없이 팩트와 어울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 후배이자 오랜만에 재회한 한석규와 호흡이 궁금하다.

“마치 탁구를 치는 맛이다. 장시간 촬영하며 서로 지쳐갈 때도 있었지만 주고받는 연기의 재미가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한)석규와 여러 작품을 했다. 석규가 스무 살 때 처음 봤고 나와 대학교 졸업도 같이 했다. 이번 작품으로 만나면서 도입부나 예열 과정이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바로 집중하자고 의견을 나눴다. 세종과 장영실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업적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니까.”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멜로에 가깝다.

“세종이 장영실을 멀리하고 한글 창제에 미쳐있을 때 장영실이 질투하지 않나. 인간적인 서운함과 질투, 마치 아이처럼 삐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좀 더 티격태격하고 더 재미있고 파격적인 궁궐 생활을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스스로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일차원적으로 먹고 사는 수단이 이것 밖에 없다. (웃음) 내게 영화는 공부다.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지만 나는 대중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스스로 공부와 행위를 위해 살아간다. 그 행위를 관객들이 보고 때로는 함께 소통하는 거다. 난 화자다. ‘천문’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매번 배운다. 내가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신구 선배처럼 40~50년 연기한 분들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죽어야 끝나는 작업’이라고 하더라.”

-한국영화가 어느 덧 101주년을 맞았는데 앞으로 어떤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하나.

“과거 90년대에는 ‘조용한 가족’ ‘쉬리’를 신호탄으로 해서 ‘살인의 추억’ ‘여고괴담’ 같은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그렇게 다양한 색깔의 감독과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 때를 괜히 르네상스라고 표현한 게 아닌 것 같다. 투자자들이 좀 더 다양한 영화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투자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우리(배우) 책임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남았나.

“계속해서 다양하게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싶다. 좀 유연해진 연기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멜로와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멜로를 좀 진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랑 이야기의 소재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 여문, 속까지 꽉 찬 작품과 연기를 하고 싶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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