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라임 환매중단 사태로 헤지펀드 투자자들 '안전선호' 경향 보여
지난해 채권전략, 멀티전략 펀드로 자금 몰려
'미래에셋 스마트Q 아비트라지 플러스', 'NH 앱솔루트 리턴' 펀드 등 인기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에 놀란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헤지펀드 상품과 운용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에 놀란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한 헤지펀드 상품과 운용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34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초 23조원 규모였던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같은해 8월 말 35조원까지 급성장했으나,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던 9월 이후부터 역성장을 보였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드라마틱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서 "상반기는 거침없는 질주를 보인 반면 하반기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9월 이후부터 역성장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돌연 최대 1조 34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93개 펀드에서 8500억원의 환매연기가 확정됐으며, 만기시 상환금 일부의 지급연기 가능성이 있는 펀드는 56개, 49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선언한 펀드는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들이다. 해당 펀드는 각각 사모채권과 메자닌 투자를 중심으로 운용돼 왔다. 또한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 1호도 환매가 중단됐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은 무역금융펀드를 비롯한 환매중단 펀드 자산의 신속한 유동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투자 자금을 돌려줄 것을 약속했으나, 한달 뒤 코스닥 상장사 횡령 등에 연루된 혐의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되자 돌연 잠적했다.

특히 플루토 TF 1호가 투자했던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가 미국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폰지사기 혐의로 자산동결 조치를 받음에 따라 펀드자금 회수는 그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국내 최대 헤지펀드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의 몰락에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또한 라임 측이 펀드 운용상의 문제를 미리 알고도 고의적으로 숨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하게 투자 자금을 불러줄 헤지펀드 상품과 운용사 찾기에 나섰다. 현재 국내엔 총 207개 운용사가 3057개의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들의 작년 평균 수익률은 6.21%다.

이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헤지펀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채권전략펀드와 NH투자증권의 멀티전략펀드다. 이들은 안정적인 투자전략과 자산규모, 수익률 측면에서 모두 양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의 채권전략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Q 아비트라지 플러스' 펀드는 픽스드인컴(Fixed Income) 전략을 기본으로, 상대가치 투자와 함께 이벤트 발생시 적극적인 매매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21일 출시 이후, 작년말 기준 누적수익률 3.6%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력 상품으로 지난해 1년간 1978억원 가량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작년말 기준 2102억원까지 순자산이 늘었다.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확실한 투자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가장 강했던 작년 8월엔 단기 투자자금이 몰리며 4000억원 가까운 순자산을 기록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멀티전략펀드인 'NH 앱솔루트 리턴' 펀드도 다수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 펀드는 현재 7000억원 규모의 순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헤지펀드 중 단일펀드로 가장 큰 규모로, 기관투자자로부터만 투자를 받아 운용하고 있는 유일한 헤지펀드다.

NH투자증권은 이 펀드를 비롯한 헤지펀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헤지펀드본부를 분사시켜 전문 사모운용 자회사인 NH헤지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 펀드는 작년 연간 수익률 8.9%를 기록했으며, 순자산도 1년 사이 1525억원이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순자산이 크게 늘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끈 펀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채권이나 멀티전략 펀드가 많았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증시 불안, 라임 사태 등 다수의 불안요인이 작용하면서 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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