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LPGA 투어 정상급 골퍼 임희정 인터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무 살 골퍼 임희정(한화큐셀)이 셀카를 찍고 있다. /임희정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에요.(웃음)”

스무 살 골퍼 임희정(한화큐셀)의 입에서 어려운 한자 용어가 나왔다. 많은 프로 골퍼들을 인터뷰해봤지만, 이렇게 어린 선수가 달관의 경지에 오른 지천명(知天命) 골퍼들이나 말할 법한 단어를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2019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총 3승을 수확한 임희정은 최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의 의미가 좋은 것 같다”며 “골프는 연습도 중요하고 꾸준해야 한다.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도 후회가 없으면 다시 인정하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 갖게 된 좌우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어에 들어오면서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것들도 많이 배웠다. 성적이 좋으면 행복도 따라오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루 6~8시간 연습했던 ‘노력파’

임희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 연습장에서 근무하던 어머니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골프채를 잡게 됐다. “어머니는 딸을 선수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워낙 골프에 흥미를 느껴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전국 대회를 나갔다. 그 대회에서 1오버파를 쳐 8위에 오르고 그 다음부터 줄곧 베스트 스코어를 치곤 했다”고 털어놨다.

임희정은 ‘노력파’에 가깝다. 겉으로 보기에 골격이 크지 않은 다소 왜소한 체격이다. 그는 “체력 훈련을 늦게 시작했다. 골프는 대회가 많고 오래 걸어 다녀서 힘들지, 단순히 공을 치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어릴 때는 카트를 타고 다니며 공을 쳐서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투어 오니깐 체력 운동이 많이 필요하더라. 운동량을 늘리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뒀을 땐 하루에 공 1000개씩을 쳤다. 당시엔 하루 6~8시간 연습에 몰두했다”며 “그런데 투어에 오니깐 연습 시간이 부족해지더라. 시즌 중엔 하루에 샷 연습은 1~2시간하고 나머지 시간은 쇼트 게임을 보완했다. 2019시즌엔 하루 4~5시간 연습을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데뷔 첫 해인 지난 시즌과 관련해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성공적이었다”라면서도 “다만 신인이라 기복 있는 플레이를 한 것은 아쉬웠다. 제 예상보다 컷 탈락이 훨씬 많았다.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내년엔 더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구체적으론 “전반기에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고 뭐가 부족했는지 살펴보고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스윙은 전반기부터 계속 신경을 썼는데 후반기에 제 감이 돌아오더라. 후반기에는 샷 감각이 거의 다 좋았다. 특히 퍼트는 전반기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후반기에는 클러치 퍼트가 잘 이뤄졌다. 그래서 경기에서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2019시즌 하이원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희정. /KLPGA 제공

◆배우려는 의지만큼 많은 ‘롤 모델’

임희정(2532점)은 조아연(2780점)에게 248점 뒤져 아깝게 신인상 수상을 놓쳤다. 임희정은 친구 조아연(20)의 장점과 관련해 “(조)아연이는 잘 알려진 대로 아이언 샷을 잘한다. 물론 티샷 실수가 나왔을 때 만회하는 리커버리 능력도 굉장히 좋다. 샷 메이킹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다른 동기 박현경(20)을 두고는 “같이 플레이 해봤을 때 어프로치 샷을 잘한다고 느꼈다. 특히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샷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조아연, 박현경에 비해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라고 묻자 임희정은 “친구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큰 약점 없이) 골고루 조금씩 잘하다 보니 성적이 무난하게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또한 “선수들은 보통 긴장을 많이 하는데, 저는 (속으로는 하지만) 겉으론 티가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장점인 것 같다. 긴장된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플레이 하는 능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체적인 승수나 기록보단, 연말 대상시상식이나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참가를 2020시즌 목표로 잡았다. 그는 “대상 시상식이나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참가를 위해선 우승을 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즌을 소화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나중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진출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임희정에게 ‘롤 모델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박세리(43), 박인비(32), 신지애(32) 등 꾸준한 성적을 내는 프로님들을 닮고 싶다. 사실 (롤 모델이) 굉장히 많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겨울 전지훈련기간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보낼 예정이다.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안성에서 겨울 훈련을 할 계획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면 따뜻한 쪽으로 내려갈 생각도 있다. 일단 체력 훈련 위주로 진행하고, 이후엔 샷이나 쇼트 게임 등을 철저히 보완하려 한다.”

임희정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임희정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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