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남녀차별이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박나래, 이영자 등 여러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남녀 출연자의 비율이 2대 1 수준으로 나타났고 절반 이상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등의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는 등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다수의 남성 출연자와 한 명의 여성 출연자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이하 '핸섬타이거즈')는 다른 스포츠 예능과 달리 진짜 농구를 보여준다는 명목 하에 서장훈이 감독을 맡았고 배우, 가수, 모델로 구성된 10명의 선수단이 경기에 임한다. 또한 레드벨벳의 조이가 매니저를 맡아 선수들을 케어한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안재철 PD는 "서장훈이 훈련할 때 선수들에게 엄한 편이다. 이럴 때 선수들이 상황에 몰입을 하기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감독에게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부분을 조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속마음 인터뷰를 하고 풀어준다"며 "선수와 감독 간에 긴장되어 있는 부분을 완충해주고 선수들의 멘탈까지도 케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장훈과의 케미도 좋다"라고 조이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더불어 서장훈은 "'핸섬타이거즈'에 공식적인 코치가 없기 때문에 농구에 관한 건 내가 지도하고 가르치지만 그 나머지 일들은 조이가 맡는다"며 "조이는 농구를 제외한 부분을 코치하는 역할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조이는 농구에 대한 부분 외에 선수단을 케어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이와 서장훈의 케미가 돋보인다고 해도 남성으로 구성된 선수단과 감독 사이에 여성 매니저의 개연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조이는 선수단과 감독 간의 사이를 잇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진지하게 농구를 보여주려고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서장훈처럼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를 매니저로 채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다수의 남성 출연자와 한 명의 여성 출연자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경우 여성 출연자의 역할은 대부분 출연자 사이를 잇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이는 KBS '개는 훌륭하다'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개는 훌륭하다'에서 출연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이유비가 갈등을 중재하고 완화시키는 모습이 여러 번 비춰졌다. 또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백종원과 식당 주인이 의견 차이를 보이거나 다투면 정인선이 그를 달래주러 간다. 식당을 도울 때도 마찬가지다. 김성주는 상황실에서 진행을 하고 백종원은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정인선은 직접 식당에 투입 돼 일을 돕는다. 물론 이전 방송에서 김성주가 직접 일을 도와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 여전히 차별적인 성비·역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직도 남성 중심의 출연자 구성과 프로그램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이하 방심위)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의 1.7배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진행자와 고정자 출연자는 남성이 여성의 2배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전문편성채널(tvN·MBC에브리원)에서 시청률이 높은 39개 예능 프로그램과 20개 생활정보 프로그램 각 2회 분량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체 남성 출연자는 608명이었으나 여성 출연자는 362명에 그쳤다. 이 중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는 남성이 493명으로 여성(252명)보다 2배 많았다. 이에 방심위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40-50대 남성 메인 MC 및 남성 고정 출연자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남성 중심의 정형화된 예능 포맷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조사 대상에 오른 예능 프로그램의 61.5%와 생활 정보 프로그램의 절반은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두 프로그램 모두 '여성은 집안일을 하고 남성은 바깥일을 한다'는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면 '착한 남편', '가정적인 남편'으로 부각됐다. 여성이 일과 가정에 충실하면 슈퍼우먼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외모를 지닌 여성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면서 웃음 소재로 삼았다. 또 일부 여성 출연자들에게 애교와 섹시댄스를 요구하는 외모지상주의적 태도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출연자의 역할이나 출연을 제한적으로 두는 경향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을 보면 여전히 차별적인 내용이 많이 있다"며 "이런 내용은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트렌드에 앞서 나가야 할 예능 프로그램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화제를 이어가려면 성차별적 발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사진=SBS, KBS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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