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윤시윤이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육동식으로 분한 소감에 대해 밝혔다. 육동식은 남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가 연쇄살인마의 일기장을 자신의 것으로 믿어 자신을 싸이코패스라고 착각하게 되는 인물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호구와 싸이코패스를 넘나드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에 윤시윤은 "도전에 대해 칭찬을 해준 거라고 생각한다. 육동식의 바보 같은 면과 싸이코패스를 따로 두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육동식에 빠져서 연기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 육동식은 일명 호구라고 불리는 캐릭터였는데.
"주변에서 다들 드라마 보면서 육동식은 윤시윤이라고 말을 많이 해줬다. 내가 보는 나는 치명적인 사람인데 다들 육동식이랑 비슷하다고 하더라."

- '1박 2일'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모습이 육동식으로 보여진 것 같다.
"연기할 때 내 안에 있는 어떤 부분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 주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남들이 봐주는 나에 대한 모습이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 시놉시스를 볼 때부터 '너 같은데'라는 기분 좋지 않은 얘기를 했다(웃음)"

- 어설프지만 싸이코패스 연기도 함께했다. 어땠나.
"육동식은 한 마디로 어설픈 싸이코패스다. 흔히 말하는 진짜 싸이코패스가 아니어서 리얼리티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뻔히 알고 있는 싸이코패스를 육동식이 진지하게 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육동식표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

- 제대로 된 싸이코패스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싸이코패스 연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싸이코패스 연기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는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 박성훈이 진짜 싸이코패스를 연기했는데.
"정말 멋있었다. 실제로는 순수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인데 연기할 땐 그렇게 멋있게 연기하니까 오히려 나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멋있어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됐다. 그냥 나는 나의 길을 가려고 한다"

- 이 작품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얘기는 뭐였던 것 같나.
"육동식 이라는 인물은 호구가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이다. 말을 잘하고 처세술에 강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사람한테 얼토당토않은 전설의 검이 생긴 거다. 동식이 일기장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착각하면서 용기를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 거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가던 사람이 분노를 표현하게 된 과정이 드러난다. 한 마디로 싸이코패스라는 핑계 하에 용기를 얻은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다"

- 그럼 육동식을 연기하면서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용기를 얻었을 때 사람은 빛이 난다는 걸 알았다. 동식은 멋있어진 게 아니라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답답해하기보단 귀엽다고 느낀다. 호감형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용기를 갖고 당당해질 때 빛이 난다는 걸 배웠다. 누군가 되려 하지 말고 내가 나 자신이 완벽하게 되려고 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같다"

- 평소에 자신감이 많은 편인가.
"없는 편이다. 물론 그게 경솔하지 않게끔 나 자신을 잡아주는 브레이크가 되지만 멋지게 악셀을 밟지는 못했던 것 같다. 때로는 악셀을 밟을 수 있어야 하는데 속도가 높아지는 것 같으면 브레이크를 항상 밟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건강한 자존감을 더 높이려고 한다"

- 계속 브레이크를 밟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매번 주인공으로 일을 했지만 매 작품을 간절하게 해야 했고 다행히 지금까지 그래도 간절함을 알아주셔서 박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다음 기회를 일회용으로 갱신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늘 겸손할 수 있게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 같다. 건방지거나 의기소침하지 않게끔. 매번 간절해야 하니까 뭐 하나 잘 돼서 광고 많이 찍고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오히려 축복인 것 같다"

-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치지 않나.
"지금도 일이 즐겁고 아직도 현장이 설렌다. 대본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제일 중요한 건 아직도 주인공 역을 준다는 게 황송하다. 기회를 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이 기회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방송사에서 사활을 걸고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투자받아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승부를 보는데 윤시윤을 앞에 세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도 민망할 정도로 황송하고 정말 감사하다"

- 체력적인 부담은 없나.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일하는 게 너무 좋다. 술을 마셔도 쉬면서 마시는 것보다 일 끝나고 맥주 한 캔 할 수 있는 게 좋다"

- 그럼 배우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한국의 로빈 윌리엄스가 되는 게 꿈이다. 어렸을 때 봤던 동화 같은, 피터팬 같은 배우. 늘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있는 작품을 만들었으니까 대한민국에 그런 배우가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철부지 같은 모습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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