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루나 스테이크스’ 기원이 된 전설적인 경주마
4월 12일 부경서 ‘루나 스테이크스’ 첫 경주
경주마 활동 당시 루나. /한국마사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이클립스(Eclipse)는 우리에게 일식(日蝕)으로 인식되지만 유럽과 미주에서는 한 명마(名馬)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1764년 잉글랜드에서 개기일식이 있던 날 태어난 이클립스(1789년 사망)는 18전 18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종마(種馬)로서 344두 우승마를 배출해 오늘날 서러브레드(Thoroughbredㆍ잉글랜드 암말과 아라비아 수말의 교배로 탄생한 품종) 기원에 90% 영향을 미친 전설적인 경주마다. 미국 ‘트리플 크라운’의 하나인 ‘벨몬트 스테이크스’ 우승 트로피에 새겨지고 미국 최우수 연도 대표마 시상식 타이틀이 ‘이클립스 어워즈(Eclipse Awards)’로 불리는 데 공헌했다.

명마 이클립스(1764-1789). /Wikipedia

국내 경주마 중에도 이름을 남긴 사례가 있다. ‘달’ 또는 ‘달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한국 경주마 루나(Luna)가 주인공이다. 2015년 세상을 떠난 루나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다. 2001년 제주도 조그만 민간 목장에서 태어난 암말 루나는 왜소한 체격에 선천적으로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뛰어난 부마 컨셉트윈과 모마 우수해의 유전자에서 가능성을 본 때문인지 이성희 마주는 악조건에도 루나를 과감하게 선택했고 최고의 조교사에게 맡겨 허리를 단련했다.

점차 상승세를 보인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은퇴하는 날에도 팬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겼다. 당시 경주마로서 고령인 8세의 루나는 초반까지 꼴찌였다가 선두마를 0.1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4년 데뷔 이래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33전 13승을 거둔 루나의 수득 상금은 약 7억5700만 원으로 몸값의 78배에 이른다.

2009년 11월13일 은퇴 경주에서 초반 꼴찌였다가 막판 1위로 통과하는 루나. /한국마사회

4월 12일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최고의 3세 암말을 가리는 시리즈 ‘트리플 티아라’ 첫 경주 ‘루나 스테이크스’가 열린다. ‘트리플 티아라’는 암수 구별 없이 최고의 3세마를 꼽는 ‘트리플 크라운’과 별개로 우수한 국산 암말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세 개 경주를 묶어서 만든 시리즈다. ‘트리플 티아라’는 이번에 신설된 ‘루나 스테이크스’를 시작으로 5월 코리안오크스(GⅡ), 6월 경기도지사배(GⅢ)를 포함한다. 세 경주 총 상금은 13억5000만 원이며 승점이 가장 높은 말에게 1억 원(마주 90%, 조교사 10%), 세 경주에서 모두 우승해 ‘트리플 티아라’가 탄생할 경우 다시 1억 원을 추가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1년에 딱 한 번 자마를 생산하는 암말이 하루에도 몇 차례 교배가 가능한 수말과 비교해 효율 면에서 저평가되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명마는 부마 못지않게 뛰어난 모마를 두고 있다. 우수한 암말군 보유야말로 말 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가 꼭 필요한 이유다.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와 부분적으로 겹친 과거와 달리 암말 경주로만 새롭게 개편해 더욱더 환영받는다. 시리즈의 흥행만 남았다.

장애를 딛고 여왕이 된 위대한 경주마 루나의 마법 같은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됐고 기부로도 이어졌다. 2020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주 ‘루나 스테이크스’로 부활해 차기 여왕의 탄생을 기다린다. 이클립스의 명성이 200년을 넘어 지구 곳곳으로 전파된 것처럼 루나도 한국 경마에 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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