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해치지 않아’는 동물원 직원들이 생계를 위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미디 장르에 인간들의 공생과 동물문제에 대한 다소 심오한 메시지까지 담는다. 무거운 주제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가볍다.

‘해치지 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정규직을 꿈꾸는 인턴 변호사 태수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직장인 듯하지만 교도소에 복역 중인 재벌 2세의 시중을 들며 하루하루 힘들게 버틴다. 황 대표(박혁권) 눈에 들기 위해 발악하던 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생긴다. 황 대표는 태수를 불러 동산파크의 원장으로 부임할 것을 요구한다. 황 대표의 눈에 드는 게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 태수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태수는 그렇게 동물원의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하지만 망해가는 동물원에는 동물들이 다 팔린 상황. 결국 태수는 동물원 직원들과 함께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하게 된다.

기존의 영화에서 다룬 적 없던 소재를 다룬만큼 상상 그 이상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설정이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달돼 신선함을 준다. 동물의 탈을 쓴 동물원 직원들의 고군분투가 코믹함을 넘어 짠내를 풍긴다.

영화 '해치지 않아' 리뷰.

코믹한 캐릭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황당무계한 설정과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돼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영화 속 북극곰(안재홍)이 콜라를 마시며 유명세를 타는 설정은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생계형 코미디인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단함도 엿볼 수 있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태수의 모습은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사회의 여러 가지 단면을 드러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건 동물들의 이야기다. 동물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고통을 겪는 동물들과 동물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쓰레기를 던지고 욕을 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강조하지 않아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은 15kg에 육박하는 동물 수트를 입고 연기하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안재홍은 북극곰을, 강소라는 사자를, 김성오는 고릴라를, 전여빈은 기린을 연기했다. 무거운 동물 탈을 쓴 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채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을 연출하며 독특한 색깔을 자랑한 손재곤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를 발휘한다. 다만 흥미진진한 도입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느린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러닝타임 117분. 12세 관람가. 1월 15일 개봉.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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