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설 자리 없는 방송가… 유튜브로 몰려 가는 가수들
가요 설 자리 없는 방송가… 유튜브로 몰려 가는 가수들
  • 정진영 기자
  • 승인 2020.01.20 01:00
  • 수정 2020-01-1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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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노래 프로그램은 많은데 정작 가수들이 설 무대는 없다. 최근 방송가를 바라보는 많은 가요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월요일을 제외하곤 일주일 내내 소위 말하는 '음악 방송'이라는 걸 하지만 이들 음악 방송들은 하나같이 아이돌 스타들을 위주로 굴러간다. 아이돌이 아니면 트로트 등 성인가요를 해야 그나마 설 무대가 생기는 실정. 이 같은 시류 속에서 여러 가수들이 메이저 방송사가 아닌 개인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 K팝의 나라? 정작 설 무대가 없다

최근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 받으며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주목 받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단 방탄소년단 뿐 아니다. 많은 스타들이 이제 앨범을 내면 해외 투어를 돌며 전 세계 팬들과 만난다. 그만큼 국내 음악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안타까운 건 이 같은 흐름을 제대로 타는 건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아이돌 스타들 위주라는 것. 사드 배치 이후로 중국 진출 길이 좁아지고, 한·일 관계 경색으로 일본 활동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아이돌과 중견 가수 그 사이에 애매하게 낀 가수들은 좁아진 활동 범위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로도 활발한 활동 하고 있는 김완선.

2018년에만 '투나잇'과 '심장이 기억해' 등 두 장의 싱글을 내고, 지난 해 새롭게 마스터링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2019'를 발매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완선은 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기성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2020년 현재 각 방송사들에서 방송되는 일반적인 '음악 방송'은 약 10편. SBS MTV '더 쇼', MBC뮤직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6편은 아이돌 스타들 위주의 방송이다. 여기에 KBS1에서 하는 클래식과 성인 음악 중심의 '열린음악회'와 '가요무대'가 있고, 아이돌부터 인디 가수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있다. 이 외에 MBC '복면가왕'이나 JTBC '슈가맨',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 등 음악 프로그램들도 있으나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현직 가수들이 출연해 자신의 노래로 퍼포먼스를 꾸미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음악 프로그램이라 보긴 어렵다. 그 밖에 지방 방송사들에서 하는 성인가요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몇몇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김완선 등 아이돌도 아니고 주장르가 트로트도 아닌 이들이 출연할 프로그램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연 희망자는 줄을 서는데 프로그램은 이를 다 소화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려면 컴백 몇 개월 전부터 제작진에게 출연 희망 의사를 전달하고 대기를 해야 한다. 늘 몇 달치 출연진이 밀려 있다. 솔직히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K팝의 나라라곤 하지만 가수들이 설 무대는 정말 너무 없다. 연말 가요 특집 프로그램만 봐도 인기 있는 아이돌 중심 아니냐. K팝을 전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수들이 장르가 상관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하는데 국내 방송사들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핑크 정은지 유튜브 채널.

■ 커버부터 음반 제작기까지… 가수들의 '꿀잼' 채널

강민경, 솔지, 바다, 씨엘, 정은지, 미료, 김완선, 미르 등 많은 가수들이 최근 유튜브 채널 개설하고 팬들과 소통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인기가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 가차 없이 무대에서 내몰리는 환경 속에서 K팝 스타들이 개인 채널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미르처럼 소속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도 있지만, 이제는 기획사가 있더라도 유튜브 채널 개설은 필수가 돼 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팬들이 가수들의 유튜브 채널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채로운 콘텐츠에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곡이 수록된 미니나 정규 앨범을 들고 컴백하더라도 방송에서는 타이틀 곡 무대만 볼 수 있는 게 현실. 하지만 가수 개인 채널에 들어가면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여러 수록 곡들의 비디오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안무 영상, 앨범 하이라이트, 티저, 아트 비디오 등 여러 콘텐츠들을 확인할 수 있어 앨범 전반을 두루 느끼기에 좋다는 평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독립한 뒤 유튜브 공식 채널을 다시 오픈한 씨엘의 경우 이 채널에 지난 해 12월 발매된 '사랑의 이름으로'에 수록 된 6곡의 관련 비디오를 모두 게재했다. 이 채널은 지난 해 11월 오픈, 약 2달 만에 100만 구독자를 훌쩍 넘은 123만 여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다.

씨엘 유튜브 채널.

바다, 솔지, 정은지 등 뛰어난 보컬 실력으로 사랑 받고 있는 가수들의 개인 채널에서는 다양한 커버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커버한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정은지가 들려주는 '겨울왕국2', '알라딘' 등의 영화 OST, 소울 가득한 노래들을 주로 커버하는 솔지까지. 방송에서 미처 보기 어려웠던 영상들을 이들의 개인 채널에선 모두 만날 수 있다. 여기에 S.E.S 시절 이후 보기 어려웠던 바다의 힙한 댄스 실력이나 봉사 활동 현장, 잠을 부르는 정은지의 나긋나긋한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등 노래가 아닌 다른 참신한 콘텐츠들도 공개되고 있다.

무대 뒷이야기, 가수로 활동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등을 토크 형식으로 푸는 채널도 있다. 누나인 배우 고은아까지 가세하며 방송사, 기획사, 다른 연예인들의 여러 갑질까지 폭로하는 채널이 된 미르의 '미르방'과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의 채널 '미료'가 대표적. '*분노주의* 솟속사 횡포가 이정도일줄이야', '이정도일줄을 몰랐죠??배우들의 기 싸움', '여배우 친누나와의 뽀뽀..10년동안 괴로웠습니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클릭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잔잔한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로그를 합친 말.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상) 영상을 원하는 이들에겐 다비치 강민경의 채널을 추천한다. 월별로 공개되는 브이로그 영상은 물론 다이어트 비법, 악기 연주 등 소소한 정보와 일상도 만날 수 있다. 물론 보컬 그룹 출신답게 여러 감성적인 커버 영상들도 올리고 있다.

사진=OSEN, 정은지, 씨엘 유튜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