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계약하며 옵트 아웃 조항을 넣은 안치홍. /롯데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해 KBO리그의 FA 계약 총액은 490억 원으로 2014년부터 이어오던 5년 연속 500억 원 이상의 규모가 무너졌다. 이번 FA 시장에선 찬바람이 더욱 거세다. 이번 FA 계약 총액은 사실상 300억 원대 규모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기준 FA 계약 총액은 347억 원이다. 남은 선수들의 계약 액수를 더해도 400억 원을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400억 원을 넘긴다고 해도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선수는 조금이라도 많이 받고 싶어 하고, 구단은 실속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대형 FA가 아니면 '오버페이'를 지양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추세다. 전액 보장 계약을 맺은 선수는 LG 트윈스와 4년 40억 원에 도장을 찍은 오지환(30)이 유일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건부 계약 연장'이라는 새로운 계약 방식이 얼어붙은 FA 시장을 녹이는 불씨가 되고 있다. 베테랑 이성열(36)은 16일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계약 기간 2년, 최대 14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9억 원, 옵션 2억 원)에 계약했다. 이성열의 계약엔 한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포함됐다. 2년 계약 종료 이후엔 한화 구단이 옵션을 갖는다. 만약 한화가 이성열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FA 신분이 되는 조건도 포함됐다. 연장계약을 맺으면 이성열은 연봉 4억 원, 옵션 2억 원을 받는다. 이러면 3년 총액 20억 원 계약이 된다. 

앞서 FA 최대어 안치홍(30)도 롯데 자이언츠와 비슷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롯데와 2년간 보장 20억 원, 옵션 6억 원에 계약한 안치홍은 2년간 성적에 따라 상호 2년 옵션이 포함됐다. 실행된다면 추가로 31억 원을 더 받고 계약을 이어간다. 만약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치홍은 1억 원을 받고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안치홍이 원하지 않을 땐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지만 1억 원은 받을 수 없다. 안치홍은 2년 최소 20억 원, 4년 최대 56억 원이 가능한 계약을 맺었다. 계약 연장 옵션은 MLB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흔히 '옵트아웃',  '바이아웃'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보기 드물었던 조건부 계약 형태가 유행처럼 번진 건 최근 FA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 선수와 실리를 추구하는 구단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고액-장기계약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단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선수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선수와 구단이 서로 윈-윈(WIN-WIN) 하는 계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계약한 안치홍과 이성열도 계약 연장 옵션을 넣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치홍 영입을 주도한 성민규(38) 롯데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구단은 선수의 전성기인 30~31살을 좋은 조건에 사면서 장기계약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선수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에 동기부여가 돼서 열심히 뛰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수 FA로 주목 받은 김태군(31)이 18일 NC 다이노스와 4년 최대 13억 원에 계약하면서 19일 오전까지 계약하지 못한 FA 선수는 김태균, 손승락(이상 38), 오재원, 오주원(이상 35), 고효준(37) 등 5명이다. 모두 30대 중후반의 베테랑으로 이적 가능성은 낮다. 이들은 원 소속팀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지만, 스프링캠프 출발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FA 시장 시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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