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캐시카우 주택 부문 불황…새로운 수익처 발굴
배터리 재활용·항공산업 등 건설사 마다 가지각색
SK건설이 지난해 공급·시공을 완료한 KT 대덕2연구센터 연료전지 주기기 모습. /사진=SK건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건설사들의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져 온 주택 사업이 위축 국면에 있는데다, 해외 수주도 부진한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수익처 발굴에 나선 것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블룸에너지와의 합작법인 '블룸 SK 퓨얼셀' 설립 절차를 최근 완료했고, 이르면 올해부터 국내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생산한다. 법인의 지분율은 SK건설이 49%, 블룸에너지가 51%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연료전지, 친환경 플랜트 및 발전 등을 언급하며 신사업 부문으로의 확장을 강조했다.

GS건설은 '젊은 피'를 배치해 공격적인 사업다각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사장이 이끄는 GS건설은 모듈러주택, 태양광, 배터리 등 신사업 진출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 가운데에서 진행이 가시화된 신사업은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다. 사용이 끝난 2차전지에서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 등 유가금속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로 GS건설은 오는 2022년까지 2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태양광 발전사업에도 각각 280억원과 84억원을 투자했다.

아예 건설업과는 다른 업종으로 진출하는 곳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막바지 인수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의 실탄도 확보했다.

HDC현산은 항공산업을 통한 수익확보 뿐만 아니라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면세 및 호텔 사업과 연계해 이동 및 숙박 등으로 이어지는 소비 과정을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나 인수는 현재 운영 중인 면세, 호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중견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반도건설은 HDC현산과 마찬가지로 항공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계열사 등을 통해 사들여 8.28%까지 끌어올렸다. KCGI(강성부 펀드) 17.29%, 델타항공 10%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특히 조원태 회장(6.52%)은 물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이나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보다 많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우미건설은 자체 신사업 대신 스타트업 투자로 방향을 정했다. 직방과 벤처캐피털 IT 전문 투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Breeze Investment)를 설립했으며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유주방, 공유 주택 등 가상현실(VR) 관련 스타트업에도 잇따라 30억~70억원씩 투자한 바 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신사업 발굴에 힘을 싣는 까닭은 일감 부족에 따른 돌파구 마련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9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210억 달러(약 24조원)로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며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간 국내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주택 부문도 정부의 무차별적인 규제가 계속되며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과 해외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옛날처럼 건설만으로는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다"며 "가능성있는 수익처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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