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50대 젊은 사장 발탁으로 안정속 변화 꾀했다는 평가
대외협력 강화차원 이인용 사장 투입... 준법감시위 관련 조직도 신설될 듯
삼성전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해를 넘긴 삼성전자 인사가 설을 앞두고 단행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이 다시금 시동을 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 사령탑에 노태문 사장을 선임하는 등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를 별도로 관리하는 5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 선임되는 등 안정 속에서 변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단행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사장 승진 4명, 위촉업무 변경 5명 등 총 9명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신상필벌’ 기조를 재확인하고, 신사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경 사장단·임원 인사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경영진이 국정농단, 노조와해 사건 등 재판에 연루되며 해를 넘겼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인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이 2월 14일에서 잡혀있고, 전문심리위원단 구성과 활동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삼성이 조기에 인사를 마치고 이에 집중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회사 핵심 경영진이 재판으로 발목이 묶여 있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에 2017년부터 유지해오던 3인 대표체제를 통해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주겠다는 이 부회장의 고심이 이번 인사에 들어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사진=연합뉴스

노태문 사장, 무선사업부장에 낙점... 사장 승진 1년만에

사업별로 보면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도 생산 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뚜렷한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등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부문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약 3000만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ODM(제조사개발생산)을 통해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ODM 생산을 늘리는 등 1위 수성을 위한 사업 전략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큰 틀에서 보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IM부문에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었던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에 올랐다. 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이 됐다는 점만 봐도 신성장 사업에는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간 IM 부문은 스마트폰·PC 사업 담당 무선사업부와 통신장비 사업 담당 네트워크 사업부로 구성돼 고동진 사장이 IM부문 대표와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해 왔다.

특히 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8년 부사장에 오른 뒤 1년 만인 2019년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다시 1년 만에 무선사업부장이 됐다. 매년 승진을 거듭하자 차기 CEO로 지목되는 등 업계에서는 '이재용의 남자'라는 평도 나돈다.

삼성전자는 노 사장과 관련해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역임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주역이다”고 평가하며 “52세의 젊은 리더로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참신한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50대 젊은 사장들이 선임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전경훈(58)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황성우(58) 종합기술원 부원장이 원장으로, 최윤호(57)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측은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경영 전반의 폭넓은 경험과 전략적 사업 능력을 중시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2년여 만에 대외업무 담당사장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사진=삼성전자

대외업무 총괄에 이인용 사장... 2년여 만에 복귀

이외에도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은 대외업무(CR·Corporate Relations)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이 준법감시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한 데 이어 CR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대외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인용 사장은 2017년 11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에서 물러난 지 2년여 만이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가 다음달 초 출범함에 따라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국 신설 등 관련 조직 구성·확대가 진행되는 만큼 삼성이 쇄신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번주 이어질 조직개편에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 후속으로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곧 마무리할 예정이다. 후속 인사는 늦어도 설 연휴 이전인 이번주에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부근 사회공헌업무총괄 부회장과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과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등 과거 삼성전자의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이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남을 것으로 전해진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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