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더 이상 멋진 주인공의 뒤에 있는 처단 대상이 아니다. 최근 방송, 영화계에는 사이코적인 성향을 지닌 주인공들을 내세운 작품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갈망하는 업계에서 사이코패스 주인공은 매력적인 흥행 요소로 자리잡았다.

■ 너나 할 것 없이 사이코..대중 흥미 자극

영화 '조커' 스틸./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지난 해 개봉한 영화 ‘조커’는 반사회적 캐릭터인 희대의 악당 조커 탄생기를 다룬 영화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관객수 520만 명을 동원하고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한화 1조1645억 원)를 돌파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조커’는 판타지물의 악당을 관객들의 연민을 자아내는 존재로 실감나게 그려내 공감을 받았다. 조커는 한 때 코미디언을 꿈꿨지만 행복하지 못한 삶에서 온 정신질환과 주변인들의 무시, 사회 보장제도의 중단 등으로 고립되다가 돌파구를 살인과 폭력에서 찾게 된다. 기득권층의 탄압과 무시 속 조커의 돌발적인 행동과 웃음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최근 넷플릭스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너의 모든 것’은 시즌 1과 2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3 제작을 확정했다. ‘너의 모든 것’은 서점 매니저인 조 골드버그(펜 바드글리)가 마음이 끌리는 여성에게 다가가며 광기어린 살인과 행동을 하는 과정을 담는다. SNS 스토킹의 추악함을 드러내며 현실과 맞닿은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주인공인 조 골드버그는 가정 폭력과 어머니의 외도로 불완전한 유년기를 보낸 인물이다. 그늘진 환경 속 자란 조는 언제나 애정 결핍을 느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소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방해되는 인물이 있다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분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는 주인공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로맨스와 스릴러를 접목한 ‘로맨스릴러’로 달달한 멜로와 공포감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배우 김수현의 차기작으로 주목 받는 tvN 새 신작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반사회적인 인물을 내세운 드라마다. 180만 원 보건 의료 인력으로 살아가는 정신병동 보호자와 충동적 살의 속 살아가며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는 동화 작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수현이 정신병동 보호자 역을 맡는다.

■ 완벽함보다 결함 있는 캐릭터에 흥미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 시즌2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콘텐츠 홍수’ 속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장르나 소재가 점점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코패스 주인공들을 내세운 작품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적이지 않고 침착하고 냉철한 사이코패스의 특성이 작품의 개연성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심영섭 심리학 교수는 “냉철하거나 위협적인 주인공을 만들 때 설명적인 특성으로 사이코패스를 개입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사람들이 왜 냉혈한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안티소셜(반사회적인)은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로 나뉜다. 소시오패스는 대기업CEO, 정치인 중에 실제로 있다. 사업을 할 때 불안을 낮춰주는 유형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자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죄책감이나 사랑이 없는, 어떻게 보면 악마성을 지니지만 뛰어난 지능으로 매력적인 분석가라는 유형을 만들어낸다”고 반사회적 인물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룬 정보와 분석의 증가가 곧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 교수는 “선과 악에 대한 경계가 흐려짐에 따라 여러가지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에게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며 “뇌손상을 당한 형사나 첩보원, 소시오패스적 마음을 갖고 있는 주인공 등 여러 비정상적인 주인공들이 매력적이고 극적인 내러티브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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