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서 형제 대결을 펼친 허웅(왼쪽)-허훈.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19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건 허웅(27ㆍ원주 DB)과 허훈(25ㆍ부산 KT)의 형제 맞대결이었다. 허재(55)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장남인 허웅과 차남 허훈은 이날 상대팀 선수로 만났다. 허훈은 팬 투표 1위 자격으로 '허훈 팀'의 주장을 맡았고, 형인 허웅은 동생의 상대 팀인 '김시래 팀'에서 뛰었다. 올스타전 전부터 “양보는 절대 없다”며 치열한 승부를 예고한 이들은 이날 경기 내내 유쾌한 신경전을 벌였다. 허훈은 몸싸움 도중 반칙이 지적되자 심판에게 “이게 불낙이야”라고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명언’을 재현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쿼터 막판 둘은 1 대 1 맞대결을 펼쳤다. 허웅이 허훈을 상대로 1 대 1 공격을 준비하자 경기장 내 조명이 꺼지고, 이들 형제에게만 조명이 비쳤다. 이번 올스타전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결과는 형 허웅의 판정승이었다. 허웅이 골 밑으로 돌파해 던진 첫 슛이 불발됐지만 다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득점을 만들어냈다. 다시 전체 조명이 켜진 가운데 허훈은 3점슛으로 반격했지만, 공은 림을 외면했다. 앞서 허웅은 3점슛 콘테스트에서도 18점을 기록하며 7점에 그친 허훈을 제쳤다. 1 대 1 승부와 3점슛 대결은 졌지만 허훈은 팀의 123-110 승리로 웃었다. 허웅은 이날 15점 5리바운드, 허훈은 14점 10어시스트로 올스타다운 기량을 선보였다.

경기 후 만난 허훈은 형과 맞대결에 대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면서 “제가 밀리다 끝났다. 다음에 또 맞대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1 대 1 대결에선 제가 졌지만 팀이 이겼으니 만족한다”고 웃었다.

형 허웅과 1 대 1 대결 상황에 대해선 “냉정함을 유지했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해서 슛이 안 들어갔다. 소위 말해서 저 자신에게 말렸던 것 같다”며 “제가 형한테 약한 것 같다. 인정한다”고 결과를 순순히 인정했다.

두 살 터울인 형제는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까지 함께 코트를 누볐다. 그러나 프로 입단 뒤에는 대표팀을 제외하곤 줄곧 적으로 대결했다. 형과 다시 같은 팀으로 뛰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는 질문에 허훈은 “형과 잘 안 맞는 것 같다. 계속 다른 팀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옆을 지나가는 허웅에게 “패배자는 집에 가세요”라고 도발해 웃음을 안겼다.

그야말로 ‘허씨네 삼부자’ 전성시대다.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은 최근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선수시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아들 허웅과 허훈도 자타공인 KBL을 이끌어갈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두 아들이 맞대결을 펼치면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아버지가 누구 편을 들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허훈은 “아버지가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해외에 있으셔서 전화를 안 받으신다. 올스타전도 보셨을지 모르겠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허훈은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 1위 선수답게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팬들께서 크게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운 좋게 팬 투표 1위에 오른 것 같다. 내심 내년 올스타전에서도 (팬 투표 1위가) 욕심이 난다.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활짝 웃었다.

인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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