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정연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가수 김정연이 국민안내양 11년 차를 맞는다. KBS 간판프로그램 <6시 내 고향> 인기 코너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는 2010년 1월 19일 경상북도 성주군 편을 시작으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만 10년이 흘러 새로운 10년을 향해 달려간다. 2009년 12월 말경 빨간 안내양 유니폼을 입고 버스에 오르는 순간 안내양 유니폼을 절대 벗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는 가수 김정연, 지금은 가수보다는 국민안내양으로 더 많이 각인되어 있는데 그녀는 관록 있는 29년 차 가수다. 그녀가 지난 10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한 거리만 45만 킬로미터, 지구 10바퀴를 넘는 거리다. 매주 2~3일은 군내(郡內)버스에 몸을 싣고 시골길 따라 달리는 그녀의 인생길이 궁금하다.

52세의 늦깎이 엄마는 육아 전쟁 중

가수 김정연은 46세의 늦은 나이에 늦둥이 아들 태현이를 출산했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져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살았던 그녀에게 아들은 하늘이 보내준 큰 선물. 2013년 3월 5일 태현이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도 매주 7일 중 2~3일은 시골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태현이가 배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더 힘이 났다. 나이 마흔다섯에 애를 가졌다고 하자 열에 아홉은 미쳤다고 했다. 김정연의 나이도 나이였지만 남편 나이가 54세였던 것, 임신 사실을 어머니에게도 알렸는데 고생하는 딸이 안쓰러웠던 어머니는 미쳤다며 고함을 치셨다. 엄마가 그렇게 나오시자 섭섭한 마음은 더욱 깊어졌고 결국 엄마와 인연을 끊자며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뱃 속에 아이를 품고 더 열심히 뛰었다. 태현이 낳기 2주 전 만삭의 몸으로 KBS <아침마당>에까지 출연할 정도였다. 그녀 나이 마흔여섯, 남편의 나이 쉰다섯에 낳은 늦둥이 아들 덕분에 부모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김정연은 방송, 무대, 강연이 끝나면 아들에게 올인한다. 올해 일곱 살이 된 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나이 쉰둘에 천방지축 아들을 돌보는 게 힘은 들지만 늦둥이 아들 덕분에 세상 보는 눈이 달라져 내공이 깊어졌고, 무엇을 새로 시작하든지 해낼 자신이 있다고 한다.

BTS 부럽지 않은 어르신들의 팬심

2010월 1월 19일 <시골 버스>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빨강 안내양 유니폼을 입은 김정연에게 어르신들이 홀딱 반하고 말았다. 추억조차 가물가물한 버스 안내양이 눈앞에 나타나니 좋았고,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가 손도 잡아주고 시시콜콜 살아가시는 사연을 다정하게 물어보니 아픈 곳이 씻은 듯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안내양 유니폼을 입은 김정연이 나타나면 딸 본 것 보다 더 반갑다고 박수를 치면서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에게 국민안내양 김정연은 BTS보다 더 귀한 존재다. 시골 버스 안에서도 큰 사랑을 받지만 축제 무대에서는 거의 BTS다. 무대 바로 앞까지 나오신 어르신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느라 무대를 떠나지 못한다. 그 바람에 고생하는 사람은 매니저다.

기네스북에 오른 탑승 기록

국민안내양 김정연은 경상북도 성주군 버스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다. 그 덕분에 시골 버스를 탄 지 3년 만에 단시간에 버스를 가장 많이 탄 연예인들의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 당시 기록은 버스로만 4만 ㎞’를 달렸다는 내용. 지금은 45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지구 10바퀴를 넘는 거리를 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시골 버스를 타면서 만나는 사람들 숫자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가 시골버스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은 일주일에 약 60명 정도다. 이 중에서 방송 화면에 나오는 출연자는 10명에서 13명 남짓,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1년이면 5~6백여명이 넘는다.

가수 김정연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

가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무릎을 꿇고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드리다 보면 어떻게 그 힘든 세월을 견디셨나 존경이 앞선다. 짠한 인생살이를 스스럼없이 풀어놓는 어르신들의 사연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 현대사다. 김정연은 촬영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둔다. 시골 버스 안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몸이지만 그날 있었던 일들을 모두 노트에 적어두고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기록해 둔 게 무려 20권을 육박한다. 김정연은 지난 2017년 육필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를 출간했고, 출판 기념회를 겸해 사비를 들여 <김정연의 효 행복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영등포 아트홀에 열린 콘서트는 대성황을 이뤘다. KBS <6시 내 고향>에 출연하신 전국 각지 어르신들과 지역 어르신들을 초대했는데 영등포 아트홀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다고 한다. 김정연은 2017년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8, 2019 연이어 무료 콘서트를 개최했다. 올해는 특히 국민안내양 10주년이 되는 해로 <김정연의 힐링 토크 콘서트>를 들고 전국 어르신들을 만날 예정이다.

노.찾. 사 시절 김정연의 <사계>

김정연이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1년, 카톨릭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을 때였다.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을 보고 안치환의 지리산에 반해 노.찾사 문을 두드린 게 계기가 되어 민중가수가 되었다. 그 당시 <노.찾.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김정연이 입단했을 당시 경쟁률은 100;1을 육박했다. 경영학사 김정연은 무대에서 훨훨 날았다.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같은 내로라하는 대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사계> <솔아 솔아 푸른 솔아> <광야> 등을 열창했고 때로는 무대 진행도 했다. 막간 무대에서는 싱얼롱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열 일을 했던 그녀는 공연을 보러 온 방송사 PD 권유로 노래를 접고 방송인으로 턴을 했다. 방송에서도 그녀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신설 프로그램 로고송은 도맡아서 불렀고 시사. 예능. 교양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뛰었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이 되던 해 더 늦으면 노래를 부를 수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가수 인생으로 역주행을 시작했다.

노.찾. 사 출신 제 1호 트로트 가수

90년대 대중가요의 한 장(章)을 장식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김정연은 지난 2008년 4월 솔로 1집 앨범 '사랑하니까'를 발표했다. 20대에는 노찾사 가수로, 30대에는 방송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그녀가 40대에 다시 턴을 해 트로트 음반을 내놓자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노찾사 출신의 유일한 트로트 가수’라는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고, 2011년엔 2집 앨범 ‘고향버스’, 2012년엔 ‘국민안내양 김정연의 고향버스 빵빵메들리’, 2014년에는 ‘당신 아니면’, 2015년에는 디스코풍의 앨범을 냈고, 타이틀 곡 <어머니>는 화제를 모으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의 앨범에는 노찾사 시절 불렀던 <사계>가 빠지지 않는다. 세대와 시대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는 <사계>는 문승현 작사.작곡으로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노래다. 김정연의 음색과 성량에 딱 맞아 문승현 작곡가 준 이 노래는 송태호 편곡으로 김정연에게 딱 맞는 옷이 됐다. 민중가요와 트로트를 넘나드는 실력파 가수 김정연은 장르를 가리지 않은 노래와 이야기를 담아 <김정연의 힐링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부곡((思父曲)이 된 노래 ‘어머니’

가수 김정연은 지난 2018년 5월 24일 부친상을 당했다. 이날은 김정연의 효, 행복 콘서트’가 영등포 아트홀에서 열렸던 날이다. 그날 김정연은 사비 2천여만원을 들여 <김정연의 효, 행복 콘서트>를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6시 내 고향에 출연했던 어르신 200분을 포함해 전국 복지관 어르신들이 초대했다. 총 500분이 넘는 어르신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자리를 꽉 메운 가운데 펼쳐진 <김정연의 효, 행복 콘서트>는 그야말로 웃음 반 눈물 반. 중환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창했던 김정연은 고생했던 스텝과 먼 길 오신 어르신들 위해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다.

콘서트 당일, 가족들은 혹시 아버지 임종을 맞더라도 김정연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한 상황, 아버지의 비보가 전해진 것은 뒤풀이 자리가 마무리 될 때쯤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실 것 같다는 전화를 받은 김정연은 황급히 자리를 떴고, 병원으로 가던 중에 임종 소식을 들었다. 김동찬 작사 작곡의 <어머니>는 막내딸이 무사히 콘서트를 마칠 수 있도록 끝까지 기다려주신 친정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부곡(思父曲)이 됐다.

1인 5역, 팔색조 김정연의 새로운 도전

20대에는 노찾사 가수로, 30대에는 방송인으로, 40대에 트로트 가수와 국민 안내양으로 치열하게 살아 온 그녀가 52세의 나이에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국민안내양 10주년을 맞아 <힐링 토크 콘서트>로 전국 어르신들을 찾아 갈 계획을 세우고 착착 진행 중이다. 또 <노.찾. 사>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사계>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등을 다시 소환해 민중가요 뉴트로 열풍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로 채워진 그녀의 <힐링 토크 콘서트>는 눈물과 웃음이 점철된 인생극장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연은 또 연기 욕심도 드러냈다. 1996년엔 KBS 리포터가 주축이 되어 무대에 올린 연극 ‘오영신을 찾습니다’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가창력과 연기력을 무기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되어도 손색없이 기량을 펼칠 만큼 준비가 되어 있다. 가수 김정연보다 국민안내양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그녀가 올 한 해 어떤 특별한 행보를 보일지 큰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 싶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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