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운영팀장. /SBS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7일(한국 시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새 이정표가 세워졌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처음으로 여성 코치가 탄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 com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소프트볼 선수 출신 알리사 나켄 코치와 계약했다. 나켄 코치는 MLB 최초의 정식 여자 코치"라고 전했다. 나켄 코치의 정확한 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조 코치' 신분으로 2월 중순 시작하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나켄 코치와 센프란시의 계약은 '금녀의 벽'이 깨졌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지난 2015년 저스틴 시갤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일했으나 정식 코치가 아닌 임시직인 인스트럭터였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 합류한 레이철 폴든 타격 코치는 루키리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레이철 불코벡도 마이너리그 순회 코치로 활약 중이다. 불코벡 코치는 메이저리그 구단 최초의 여성 풀타임 타격코치지만 메이저리그에 오르진 못했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내컨은 2014년 운영 부문 인턴으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입사해 아마추어 드래프트, 해외 시장 관리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최근엔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최근 여성 스카우트가 탄생해 화제가 됐다. 일본 프로야구(NPB)의 오릭스 버팔로스는 이누이 에미 씨를 올해 1월 1일부터 스카우트로 발령했다. 일본에서 여성이 스카우트로 취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누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한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다.

올해 출범한 지 38년이 된 KBO리그에선 아직 여성 스카우트나 여성 코치가 나오지 않았다. KBO리그서 코치는 대부분 선수 출신이 맡는다. 한국 여자야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서 선수 출신 여성 코치가 탄생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연 이세영 운영팀장 같은 여성 운영팀장도 한 번도 없었다. 선수단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해야 하는 운영팀이나 스카우트팀 업무도 현재 여건상 여성이 맡기는 쉽지 않다. 한 지방 구단 운영팀장은 "미래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여자야구의 역사가 짧다. 국내에서 여성 기술 코치가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선수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운영팀도 현 시스템상 여직원이 맡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라고 전했다.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경기 관련 부서 외에 다른 분야에선 여성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단의 여직원 비율은 평균 10% 내외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야구를 즐기는 여성 인구가 늘면서 야구계에 종사하는 여성도 많아지는 추세다. 또 단순 사무직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홍보 파트, 재무파트, 마케팅 파트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수도권 A 구단 관계자는 "여성 직원들은 마케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성별과 상관 없이 능력을 인정 받는 추세다. 예전보다 야구단 내에서 여직원들이 활약하는 분야도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홍보팀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능력 있는 여성 야구인들이 더 많아진다면 KBO리그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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