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한다. 이 지역에 파병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사실상 '독자 파병'의 형태로 응한 것이다.

국방부는 21일 "정부는 중동정세를 고려,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미국이 희망한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견' 형태로,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결국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는 확장된 범위에 따라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이 곳은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해협으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청해부대를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만약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

이슈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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