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이석훈이 뮤지컬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은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초 공연된 '킹키부츠'가 그 시작이었고, 지난 해에는 '광화문연가' 무대에 섰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이 바로 '웃는 남자'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갖게 된 그윈플렌이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초연돼 뮤지컬 팬, 일명 '뮤덕'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국내 창작 뮤지컬로 초연된 해 '제 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6관왕, '제 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제 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상, '제 14회 골든티켓어워즈' 대상 및 뮤지컬 최우수상을 휩쓸며 4개의 주요 뮤지컬 시상식 작품상을 모두 섭렵하며 한국 뮤지컬 최초로 그랜드슬램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작품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건 그만큼 배우로서 훌륭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뜻. 보컬 실력 출중하기로 유명한 SG워너비 출신이니 노래 실력이야 이미 기본으로 깔고 있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석훈은 자타공인 '연습벌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3년 차 만에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 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무시무시한 연습량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게 옳다. 연습이 시작된 후 하루도 연습을 쉰 적이 없었다는 이석훈. 그는 관객들과 만나는 순간순간이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웃는 남자'에 초연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걸로 안다.

"굉장히 좋은 한국의 창작 뮤지컬 작품 아니냐. 좋은 작품인데 재연에 참여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 또 혼자 그냥 영광이라고만 생각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낀 감동을 관객 분들께 표현해드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해 달라.

"나 나름대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 더 그윈플렌에 많이 녹아들어야 할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관객 분들이 생각하는 그윈플렌의 이미지가 확연하게 있을 것 같다. 관객 분들이 생각하는 그윈플렌에 조금 더 근접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공연 많이 봐 달라."

-규현, 수호, 박강현과 함께 그윈플렌 역을 맡았다. 이석훈이 연기하는 그윈플렌엔 어떤 강점이 있을까.

"규현이는 재미있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그윈플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수호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티가 흐른다. 머리를 안 하고 와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수호만이 할 수 있는 그윈플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강현은 진지한 가운데 유머 감각도 있다. 좋아하는 동생이자 팬인 배우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운다. 내 강점은 아직 찾고 있다. 연습량이 제일 많은 것은 장점 아닌가 싶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연습벌레'로 통한다고.

"연습이 시작된 이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그걸 좋게 봐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내게는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가 뭔가를 빠르게 습득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쉬는 날이라고 집에만 있는 건 못 견디는 성격이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오히려 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 가수나 뮤지컬 배우나 노래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수들이 쓰는 마이크와 뮤지컬 배우가 쓰는 마이크는 다르다. 뮤지컬 배우는 머리에 다는 핀마이크를 쓰는데, 여기에 맞게 발성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작년부터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다. 가수는 소리의 본질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더 신경 써서 불기도 하는데 뮤지컬 배우는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줘야 하기 때문에 소리를 잘 내야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소리의 전달이다. 연기, 안무보다 그걸 우선으로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다."

-이석훈이 생각하는 그윈플렌은 어떤 인물인가.

"여린 친구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를 안고 살지만 그걸 티 내지 않고 마치 잊은 것처럼 사는 게 요즘의 우리와 닮아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여리고 순수한 인물이라고 본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천진해야 할 부분에서는 확실히 표현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워낙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캐스팅 됐을 때 부담은 없었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다. 자신감이라고 하면 자신감인데 잘할 자신이 있었다. 프레스콜 영상도 봤고 '웃는 남자' 관련 영상을 유튜브로도 봤다. 또 대본과 악보를 보면서 자신을 느꼈던 것 같다. 녹음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자신감을 느꼈을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과 좀 다른 면이 안에 있지 않나. 그래서 '나한텐 사실 이런 면도 있어'라고 보여줄 때 반응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나는 늘 담백한 발라드나 사랑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겠지만 사실 나는 록과 힙합으로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간다든가 그런 것에 강점이 있다. 기존에 사람들이 알던 것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연습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난 연습을 많이 했어. 그러니까 잘할 거야'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고 있다."

-뮤지컬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작품을 하거나 앨범을 낼 깨 '여러분, 꼭 봐 주세요'라는 말씀을 드리는데, 웃는 남자는 보셔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 부분에서 자부심도 느낀다. 특히 뮤지컬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은 특히 와서 보셨으면 좋겠다. 뮤지컬의 매력과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