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2020년 설 대목을 앞두고 한국영화 3편이 관객을 찾는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가 22일 나란히 개봉하며 관객 사냥에 나섰다. 시대극과 코미디로 나뉜 이번 설 영화는 전 세대 가족 관객층을 노릴 전망이다.

■ ‘남산의 부장들’, 인물 심리에 초점 맞춘 웰메이드 시대극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 일 양국에서 52만부가 팔린 김충식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순제작비 170억 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 200억 원을 들인 대작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

설 영화 3편 중 흥행이 가장 기대되는 텐트폴 영화로 꼽히고 있다.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이성민 등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내부자들’(2015)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과 우민호 감독의 재회작이기도하다.

근현대사를 담은 영화인만큼 당시 시대상을 구현한 대형 세트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 진행한 해외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치적 색깔을 띤 영화는 아니다. 당시 사건 자체보다 중앙정보부 조직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인물들의 심리를 파고드는데 집중한다.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가 눈을 끈다. 극 중 김규평이자 실존인물 김재규를 연기한 이병헌은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으로 심리를 표현했다. 이성민은 박통 캐릭터를 위해 귀 특수분장을 했고 이희준은 경호실장 곽상천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25㎏이나 증량했다. 실존인물에게 가명을 덧입혔지만 외형은 실제를 재현하는 데 힘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히트맨’, 가볍게 보기 좋은 B급 코미디

배우 권상우를 내세운 ‘히트맨’은 단순한 스토리와 웃기는 설정으로 가볍게 보기 좋은 B급 코미디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극이다. 총 제작비 99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40만 명이다.

코미디와 액션이 버무려진 오락성 짙은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코믹한 상황들을 연속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폭소하게 한다. 그 동안 액션물에 대한 갈증을 고백해왔던 권상우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화려한 액션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만든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권상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최원섭 감독의 말처럼 권상우는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특유의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에 날렵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리드한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나 개연성을 띤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감각 있는 연출과 편집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형도(허성태)를 비롯해 모든 캐릭터가 소리를 지르는데 완급조절이 없어 산만한 느낌을 자아낸다.

■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사람과 동물의 버디 무비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돋보이는 코미디다.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다. 약 90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돼 손익분기점은 220만 명 가량이다.

특사로 파견된 VIP 경호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고 VIP가 사라지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주태주는 설상가상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주태주는 VIP 납치범을 목격한 군견 알리(신하균)와 함께 VIP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주태주와 알리의 케미가 돋보인다. 이성민의 코믹 연기와 말 많은 알리의 아웅다웅한 호흡이 웃음을 준다. 알리 목소리를 맡은 신하균은 극에 어우러지는 연기로 흐름을 돕는다.

신하균 외에도 박준형(독수리), 김수미(앵무새), 김보성(불독), 유인나(판다), 이순재(햄스터), 이정은(고릴라), 이선균(염소), 김종국(호랑이) 등이 동물 목소리 연기로 의기투합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동물과 사람의 교감과 가족애를 담은 영화다. 동물을 지독히도 싫어하던 태주가 동물에게 마음을 열고 교감하는 과정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동물의 말이 들린다’는 판타지적인 소재인 만큼 다소 과장된 장면도 많다. 웃기기 위해 작정한 듯한 배정남의 연기가 몰입을 흐리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닌 영화 3편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 가운데 어떤 작품이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화제성과 캐스팅의 무게감은 ‘남산의 부장들’이 단연 압도적인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명절에 코미디 장르가 강세를 보인 만큼 두 편의 반격도 기대할 만하다”라고 전망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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