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당초 생산목표 2만4천대 육박물량 계약에 노조와 협의 불가피할 듯
국내시장서 벤츠에 밀려 지난해 프리미엄 안방시장 내줘... GV80이어 G80신형 투입으로 만회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GV80 신차 발표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해 글로벌 럭셔리 SUV의 등장을 알렸다. / 사진=현대자동차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GV80 출시에서 잭팟 수준인 1만6000대 사전계약 물량에도 불구하고 큰 미소는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GV80이 고객에게 인도되기 까지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그랜저가 계약이 4만대까지 몰리자 증산을 위해 노조와의 협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제네시스 생산라인도 계약이 몰리면 증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GV80은 이번 주초까지 총 2만대를 계약한 가운데 이미 연간 판매목표 대수인 2만4000대에 육박하는 물량이 계약됐다. 당초 목표한 판매대수를 감안하면 월간 2000대 가량을 판매할 계획이었던 만큼 단순계산으로도 계약대수를 소화하기 까지 올 한해 내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앞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가 계약대수가 넘쳐 제때 고객에 인도하지 못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신형 그랜저가 계약수요의 급증으로 4만대까지 주문이 몰리자 충남 아산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제네시스 GV80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나 그랜저처럼 물량부족에 이어질 경우 제네시스 생산라인인 울산공장에서도 증산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공장에서 5공장은 G70·80·90을 생산하고 SUV 라인업 GV70·80은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등 SUV 생산 거점인 울산2공장에서 혼류생산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2공장과 울산5공장의 생산능력은 모두 합해 60만대 규모다.

지난해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하에 제네시스의 생산모델별 생산계획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현재 15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20만대 확대한 35만대로 확대한다. 모델별로는 G70 4만대, G80 10만대, G90 4만대, GV80 10만대, GV70 7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모델인 G80과 GV80은 10만대 이상 생산해  늘어나는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수요에 탄력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이러한 계획은 GV80이 출시되면서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GV80의 생산계획을 10만대로 잡았으나 이미 2배 이상의 물량이 계약되는 바람에 라인별 생산계획을 50만대 규모로 확대시켜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생산물량을 확대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생산라인 조정이나 확대는 노조와의 협의사항이기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설사 노조와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만큼 노조에게 쥐어줘야 할 만만치 않은 조건이 도출되면 따가운 국민들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른바 ‘귀족노조’라는 별칭이 또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여 현대차에 쉽지만은 않은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GV80에는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전방 노면 정보를 사전에 인지, 적합한 서스펜션 제어로 탑승객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최초 적용됐다. 사진=제네시스

여기에 더해 계약이 더욱 확대되면 물량부족을 이유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V80 출시에 앞서 지난 13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쿠페형SUV GLC를 선보이며 시장공략에 먼저 나섰다. 벤츠가 기존 GV80 계약대기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경우 고객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벤츠와 제네시스간 경쟁이 첨예하게 펼쳐졌던 만큼 올해도 이들 2개 브랜드의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벤츠는 총 7만8133대를 판매해 전년도인 2018년 판매기록 7만798대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는 5만681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올해 GV80이 출시했고 G80후속모델이 출시되면 벤츠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네시스에 맞서는 벤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주도권 경쟁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신차 9종, 부분변경 6종 등 총 15모델의 차량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선보인 GLC시리즈에 이어  A클래스 세단과 뉴 CLA, E클래스 쿠페, 카브리올레 등 부분변경 모델도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 마이바흐도 2개 모델을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벤츠에 맞서기 위해 이달 출시한 3000㏄급 디젤엔진에 이어 2500㏄와 3500㏄급 가솔린 터보엔진을 연내에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차량이 출시되면 제네시스의 생산적체도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올해 GV80의 전체물량을 2만4000대로 잡아 가솔린엔진 모델이 추가되면 적어도 3만대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물량 확대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울산공장의 생산능력이 제한이 있는 만큼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그동안의 협상테이블에서 보는바와 같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문제인 것은 귀족노조를 양산하는 현대차의 태도에 소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재현되면 기업이미지가 또다시 실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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